절반 크기에 당도 떨어져
정상시기 출하 노심초사
지속땐 손해 불보듯 '한숨'
유난히 길었던 올해 여름 장마 때문에 과수 농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5일 오후 3시께 인천시 남동구 수산동의 한 배 과수원. 과수원 주인 이효영(54)씨는 나무에 달린 배를 보며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일조량이 부족해 크기가 지난해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배들 때문이다.
추석에 출하할 배이지만 주먹보다 한참 작은 크기로 나무에 매달려 있다.
이씨는 "날씨가 이 상태로 지속되면 정상적인 시기에 출하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며 "하늘 탓만 해야 하는 답답한 심정이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토마토 밭을 운영하고 있는 김정성(56)씨의 사정은 더욱 심하다.
5월 중순부터 토마토 출하를 시작했지만 토마토 수확량이 적고, 당도가 떨어져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수익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불규칙한 날씨와 4월 초에 입은 냉해 때문이다.
현재도 출하를 위해 토마토를 수확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곰팡이가 번지면서 상품성이 없는 토마토가 많아지게 됐다.
김씨는 "'농사는 하늘이 지어주는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 지금처럼 그 말을 실감한 적이 없다"며 "올해는 제발 손해만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근심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인천농업기술센터는 올해 영농기인 4월에서 7월 사이 인천에 내린 비의 양은 988㎜로, 전년 635㎜에 비해 353㎜가 많았다고 밝혔다.
작물이 가장 햇빛을 많이 받아야 할 시기인 7월 일조 시간은 92.9시간으로, 지난해 161.1시간보다도 68.2시간 짧았다고 덧붙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벼의 경우 중국에서 유입된 혹명나방과 잎도열병, 이삭도열병 등도 발견되고 있는 등 농가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인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예년보다 일조량이 부족하고, 잦은 비로 작물의 당도가 낮고, 크기가 작아지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농가에서는 질소 비료를 줄이고 염화칼륨과 칼슘 성분이 있는 비료를 사용하는 등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작물을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