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계운 인천대 교수
기후변화 등 글로벌 환경문제
우리에게도 책임 커졌으므로
이젠 학생들에게 어려서부터
방학중 환경봉사나 체험 통해
환경에 대한 올바른 의식갖도록
체계적인 실천교육 반드시 필요


1980년대 중반 미국에서 유학을 시작할 때 환경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는 지금처럼 복사기가 흔하지 않을 때여서 각종 자료 복사는 학교 주변의 복사 전문점에서만 가능했다. 수업자료 복사를 위해 복사 전문점을 찾은 나에게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여러 대의 복사기가 양쪽에 놓여있었는데 한쪽에는 사람이 한두 명 있고 다른 쪽에는 학생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주인에게 물어보니 학생들이 몰려있는 곳의 인쇄용지는 재생용지라는 설명이었다. 양쪽의 가격이 동일하다는 설명을 들은 나는 깨끗한 복사용지가 있는 곳으로 가서 복사를 마쳤다. 복사를 마치고 긴 줄에 있는 동료에게 깨끗한 종이도 똑같이 5센트이니 그 쪽에 가서 복사하라고 친절하게 일러주었다. 그랬더니 그 친구는 수업자료 복사는 재생용지를 써도 아무 문제가 없어서 재생용지를 자주 이용한다고 했고, 이래야만 재생용지가 잘 유통된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나는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몸소 실천하는 그들이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점차 유학 생활을 하면서 어려서부터 받은 교육이 자연스럽게 그들의 생활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짧은 기간 동안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 우리나라의 환경 인식은 매우 편협적이다. 환경이라는 것이 그저 개발을 반대하는 것, 또는 개발을 못하게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 있다.

이제 우리는 환경에 대하여 똑바로 살펴보고 미래를 책임지게 되는 차세대들에게 올바른 환경교육을 해야 할 때이다.

첫째로, 왜곡된 환경 인식은 바로잡아야 한다. 우리나라가 짧은 시간동안 경제 발전을 이루다보니 주변을 돌아볼 기회가 없었다. 급기야 이러면 안 되겠다는 각성이 일어나게 되었고 환경과 관련된 시민단체들이 여기저기에 만들어졌다. 이러한 와중에 시민사이에서의 갈등도 심각하게 생겨났다. 환경을 고려한다는 것은 단순히 개발을 억제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더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 훼손된 주변을 잘 정리하고 잘 가꾸는 것, 주변과 더 조화롭게 만드는 것, 불가피하게 개발이 필요할 때 주변 여건을 잘 고려하여 개발 목적을 달성하되 훼손을 최소화하거나 더욱 윤택한 환경조건을 만드는 조치들을 포함한다. 환경은 어느 특정인이나 특정 그룹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생활속에서 함께 생각하고 노력해 나가야하는 과제이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은 정책을 통해서, 교육하는 사람은 교육을 통해서, 산업계는 산업현장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생활을 통해서 각자의 역할을 다 할 때만이 환경문제가 해결된다. 더 나은 아이디어나 방법, 실천 대안을 고민하는 모습과 서로가 머리를 맞대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로, 이제는 체계적인 환경교육을 위하여 나서야 할 때다.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들어있다. 그만큼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도 커졌다고 보면 된다. 또한, 기후변화와 같은 글로벌 환경문제에 대한 우리의 책임도 커졌다고 보면 된다. 이제 우리도 어려서부터 환경에 대한 체계적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초·중·고부터 환경에 대한 올바른 사고를 갖도록 하고, 학생들에게 방학중에 반드시 한번 이상 환경봉사나 체험을 통해 몸소 느끼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셋째, 글로벌 차세대 환경리더들이 체계적으로 육성되어야 할 것이다. 환경문제는 단순한 환경문제로 끝나지 않고 국제정치 및 글로벌 산업 발전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가 시작되면서 자동차 산업, 전통적 굴뚝산업의 획기적 변화가 일어났다. 지구 온난화 문제나 기후변화 문제, 세계적인 물 부족 문제 등 전 지구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문제를 체계적이며 심도있게 리딩하는 전문가나 활동가들을 육성해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는 환경교육은 단순한 교육이 아니라 신세대를 창조적으로 리딩해야 한다. 새로운 세대들이 우리 세대와는 다르게 글로벌 리더로서 역할을 다해 좀더 나은 미래가 우리 후손에게 있기를 기대한다.

/최계운 인천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