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를 입은 똘똘이 가경이의 모습은 꼭 천사 같아요….” “선생님도 그날 치마입고 오셨잖아요?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같았어요….”
인천시 계양구 효성남초등학교 3학년 11반 담임 주선희 교사(31)가 새학기를 맞아 아이들과 시작한 '속삭임 공책'의 대화내용이다.
갈수록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지는 요즘 세태에 학생과 교사, 학부모간 열린 대화창구 구실을 하고 있는 '속삭임 공책'이 관심을 끈다. 특히 교사들이 노력하면 얼마든지 학부모들에게 제도권 교육에 대한 믿음을 심어줄 수 있는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주 교사는 이 공책을 통해 발표력이 부족한 학생들의 소극적 성격을 짚어주는가 하면, 잘하는 일이 있으면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매주 한번씩 반학생(46명)들에게 '속삭임 공책'을 쓴다는 그는 “답장을 읽어 보면서 아이들과 학부모의 생각 등 세심한 부분까지 파악할 수 있어 지도하는데 큰 도움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속삭임 공책을 쓰면서 한번 더 아이들을 돌아보게 되고 써줄 글이 떠오르지 않은 아이에겐 소홀했던 게 아닌가 하는 반성의 글도 보낸다”고 털어놓는다.
'속삭임 공책'에 대한 아이들과 학부모의 반응 또한 대단하다. 학부모 이경재씨(40)는 “그동안 학부모와 교사간 대화채널이 없어 학교로 직접 찾아가야 했지만 웬지 부담스러워 쉽지 않았다”며 “형식적이던 기존 가정통신문과 달리 선생님이 아이들의 세심한 변화까지 기록해주기 때문에 아이의 학교생활과 학습태도 등을 생생히 알 수 있어 속삭임 공책이 오는 날을 기다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수정양(10)은 “속삭임 공책에 고민을 쓰면 선생님께서 '솔직히 말해줘서 고맙다'는 칭찬과 함께 멸치와 볶은 콩을 선물로 주신 적도 있다”며 “말로 하기 창피한 얘기들도 글로 전달할 수 있는데다 고민이 해결되면 자신감까지 생겨 무척 좋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다른 반 학부모들 사이에선 “우리 아이가 내년에는 주 선생님 학급으로 배정됐으면 좋겠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라고 한다. '속삭임 공책'에 대한 학부모의 관심을 잘 보여주는 대목.
이 학교 진익천 교장(57)은 “다른 선생님들도 일기장을 통해 쪽지 형식으로 학생들과 대화를 하지만 주 교사는 학부모의 참여까지 이끌어내는 공책을 만들어 주위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우성기자·wslee@kyeongin.com
학생과 교사,학부모간 열린 대화창구 역할 '속삭임공책' 모범사례로 꼽혀
입력 2001-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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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4-14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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