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상범 수원기상대장
장마답게, 한 달 이상 지루하게 중부지방에 비를 내렸던 장마전선이 드디어 북쪽으로 올라갔다. 우리나라에서 장마전선이 북쪽으로 올라가면 기후학적으로 한여름이 되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태풍이나 집중호우처럼 요란스럽지 않지만 더위와 추위는 인체의 반응이 가장 민감한 날씨 현상으로, 심하면 사망의 원인이 된다. 미국 등 기상 예측기술이 잘 발달한 선진국에서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초래하는 기상현상은 폭염이며, 폭염을 '침묵의 살인자'라 부른다. 현재 기상청에서는 일 최고기온이 33℃가 넘으면 폭염주의보를 발령하고, 지자체 노인돌보미 등에게 신속하게 관련 정보를 전달하여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애쓰고 있다.

더위가 어떻게 건강에 영향을 미칠까? 음식을 섭취하거나 운동을 하면 몸 안에서 열이 발생한다. 이렇게 몸 안에서 발생한 열은 체온을 증가시키고, 체온이 임계값보다 높아지면 피부 표면의 모세혈관을 통해 과잉 열을 외부로 내보낸다. 즉 우리가 물리시간에 배운 현열·잠열·전도·복사 등을 통해 피부 표면과 우리 몸을 감싼 대기 사이에 끊임없는 열 교환이 일어나 항상 체온을 36.5℃ 정도로 유지한다. 대부분의 경우 33℃ 정도인 피부 온도가 대기의 온도보다 높아, 몸 안에서 만들어진 과잉 열이 현열의 형태로 자연스럽게 몸에서 빠져나가나 대기의 온도가 33℃ 이상이 되면 거꾸로 몸 안으로 열이 흡수된다. 이때에는 잠열의 형태인 땀을 흘려 과잉 열을 외부로 방출하게 되는데, 대기 중 습도가 높으면 땀도 잘 나지 않는다. 외부로 과잉 열을 효과적으로 방출하지 못하면 체온이 임계값보다 높아져 열실신·열탈진·열사병 등 질환을 일으키거나, 모세혈관을 통해 과잉 열을 외부로 방출하도록 대뇌에서 반복적으로 명령을 내리면서 심장에 무리를 준다. 미국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폭염으로 인한 심장질환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나이에 비례하여 높아진다.

기압계가 달라져 폭염이 스스로 물러날 때까지 폭염은 보통 수일 이상 지속된다. 따라서 폭염으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낮에는 바깥 활동을 삼가고 햇볕에 직접 노출되는 것을 피한다. 그리고 복장은 몸에 꽉 끼는 옷을 피하고 헐렁하고 밝은 색의 옷을 입는다. 체내에 열을 발생시키는 단백질 섭취를 줄이고 대신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며 탈수를 유발하는 술은 피하고 갈증이 없더라도 물을 많이 마신다. 그리고 더울 때는 가급적 에어컨같은 냉방장치가 있는 장소에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과도한 냉방은 냉방병의 원인이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예부터 더위에는 얼음이 최고다. 현재 경주·안동·청도 등에 남아있는 석빙고는 겨울에 만들어진 얼음을 저장하여 여름철에 사용하기 위해 만든 얼음 창고이다. 그리고 동빙고동과 서빙고동은 지명에서 쉽게 알 수 있듯이 조선시대 한강의 얼음을 저장한 얼음 창고가 있었던 동네이다. 조선시대에는 겨울이 너무 따뜻해 얼음이 얼지않을 때든지 음력 섣달에 한강의 얼음을 얼음 창고에 넣거나 춘분날 얼음 창고의 문을 열때 동대문 밖에 설치한 사한단에서 사한제라는 추위를 다스리는 제사를 지냈다. 전력이 부족한 올 여름은 에어컨 대신 얼음 띄운 수박화채를 먹으면서 더위를 이겨내자.

/류상범 수원기상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