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로서 가치 높지만
불의의 사고라도 발생하면
영원히 없어지는 위험 있어
미리미리 대비해야 하고
가짜가 남발돼서는 안된다
지난달에 유럽에 나간 김에 프랑스 파리의 몇몇 유명한 박물관과 미술관을 둘러보았다. 그 중에서도 역사학을 전공하는 필자는 루브르 박물관과 기메 박물관의 전시유물들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사실상 이곳의 전시물들은 거의 대부분이 프랑스 자국의 것이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유산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수집한 것이다. 기메 박물관에는 한국실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으며, 김홍도의 8폭 병풍, 금동 불상 여러 점, 조만영 초상화, 심지어 삼국시대 신라금관도 전시되어 있었다. 어쩌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이곳에 전시되고 있는가? 이것들은 분명 우리가 대여한 것이 아니라 도난당했거나 무단 반출된 것들을 수집하여 전시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하기에 따라 우리가 지키지 못해 완전히 없어질 수도 있었던 것을 대신 잘 보존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올해 초부터 우리의 중요한 문화재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국보 제83호)을 오는 10월 29일부터 미국 뉴욕에 있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개최할 '황금의 나라, 신라' 특별전에 전시하기 위해 국외 반출을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격앙된 논쟁을 하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특별전에 이 반가사유상을 포함하여 국보와 보물급 국가지정 문화재를 빌려주기로 하고 문화재청에 국외 반출을 요청하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세계 3대 박물관인 메트로폴리탄에서 전시는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좋은 기회라고 하였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국가지정문화재의 대량 반출은 위험하면서, 특히 반가사유상은 이미 여러 차례나 국외에 반출되어 전시되면서 벌써부터 훼손의 우려가 제기되어 온 지라 반대의 입장을 완고히 하였다. 이에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장은 '핵심 유물의 제외로 대단히 실망한다'면서 '전시 진행 자체를 재검토하겠다'고 하였다. 그러자 결국 8월 9일 문화재청은 반가사유상을 국외 반출하여 전시하는 것을 허락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반출 결정을 했지만 무언가 좀 개운하지 않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우리의 문화재를 철저하게 보존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과 우리 문화 유산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려야 한다는 주장 둘 다 중요하다. 다시 말해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를 훼손하지 않고 완전하게 보존하면서 아울러 해외에 문화재의 우수성을 알리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반가사유상을 둘러싼 논란을 계기로 향후에 분명히 유사한 경우가 생기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미리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이번이 선례가 되어 자꾸만 우리 문화재를 해외로 내돌릴 수는 없다. 세계 각국이 자신들의 역사성과 문화 예술적 가치가 훌륭한 문화유산들의 이동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리고 문화재 전문가들 역시 유일무이한 문화재는 보호를 위하여 가급적이면 해외 전시에 내보내는 것을 자제할 것을 이야기한다.
오늘날 영국이나 프랑스, 미국의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제삼국의 문화유산들을 보면서 그것을 남긴 민족과 국가의 과거 문화적 수준과 우수성에 감탄을 한다. 그러나 사실상은 어떤 이유에서건 자신들의 문화재를 지키지 못하여 강대국에 넘겨준 꼴을 보면서 서글픔과 안타까움에 비장함마저 느낀다.
이러한 생각에서 필자는 중요한 문화재의 복제를 주장한다. 하나만 존재하기에 문화재로서 가치가 더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원본 하나만을 고집하다가 만약에 불의의 사고라도 발생하면 영원히 없어지는 위험이 있다. 이것에 미리 대비하여야 한다. 조선시대에도 조선왕조실록을 한 질만 편찬한 것이 아니라 네 질을 만들어 네 곳의 사고에 각각 따로 보관하였다. 그러한 까닭에 많은 전란과 화재에도 우리는 완질의 조선왕조실록을 소유하게 되었고, 이것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음을 본받아야 한다.
국내에 있는 문화재는 물론 해외에 있는 것들도 조사하여 국가 차원에서 협상을 통해 복제품을 제작하였으면 한다. 그러면 현존하는 우리 문화재들을 모두 갖추게 될 것이다. 당연히 문화재의 복제품, 이른바 '짜가'가 남발되어서는 안 된다. 철저한 통제 아래 국가 공인 표준 복제품을 만들어 관리한다면, 이것 또한 그때그때 필요와 용도에 따라 적절히 활용할 수 있으리라 본다.
/김창겸 한국학 중앙연구원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