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잘 키웠어?”
 구제역 예방을 위해 잠정 폐쇄됐던 가축시장이 24일만에 다시 문을 열자 삼삼오오 모여든 축산 농민들은 이렇게 첫 인사를 주고 받았다.
 17일 오전 5시30분 이천 가축시장은 오랜만에 기지개를 켰다.
 비록 '혹시 장이 열렸을까', '소값은 얼마나 될까' 노심초사하며 농민들이 눈치를 보느라 많은 소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폐장 직전 다른 가축시장에 비해 거래량이 살아난 우시장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유럽의 구제역·광우병 파동에 직격탄을 맞은 후 하루 5~6마리조차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던 이천시장은 지역축협과 한우회의 적극적인 홍보로 지난달 30~40마리가 시장에 나와 다시 활기를 되찾았었다.
 이른 새벽 강원도 원주에서 한우 2마리를 가져나온 최태우씨(47)는 “지난해(하루 거래량 100여마리)보다는 못했지만 폐장 직전 거래가 많이 살아났다”며 “폐장 기간동안 사료값만 축내고 있었는데, 오늘 제값을 받아 송아지라도 몇 마리 사가지고 가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거래가 시작된 오전 6시 최씨의 기대는 모래성처럼 허물어졌다. 이날 이천시장의 성적표는 너무 초라했다. '거래량 한우 4마리, 거래대금 1천50만원, 거래시간 10여분'.
 더욱이 폐장 직전 1㎏당 5천700원 하던 것이 이날 5천500원 선에서 거래돼 애지중지 키운 소가 '애물단지'가 됐다는 푸념의 소리가 터져나왔다.
 소를 사러나온 길덕균씨(64·여주군 흥천면 외사리)는 “외국에서 생우(生牛)가 수입되는 마당에 가축시장마다 죽을 쑤니 누가 소를 키우겠느냐”며 “정부는 국내 농가가 고급육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하지만, 사료값은 껑충 뛰었는데 사료의 질은 떨어져 정말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오전 6시30분. 해가 뜨자 밤이슬이 거치듯 농민들은 시장을 빠져나갔다.
 우울한 재개장 첫날이었지만, 농민들은 다음 장날(22일)에 대한 기대마저 꺾지는 않았다.
 충북 충주에서 올라온 남모씨(49)는 “사실 시장에 나오면서 문을 여는지 반신반의했다”며 “앞으로 홍보가 잘 되면 거래량도, 거래가격도 나아지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이천축협 이경우 소장(38)은 “올해 들어 축산농가에겐 설해와 구제역, 광우병 등 악재만 있었다”며 “그러나 축협에서 전문소독팀을 가동하는 등 방역작업을 철저히 하고 있어 소비도 조금씩 살아나 희망이 없다고 단언할 때는 아닌 것같다”고 밝혔다.
/이석삼·이재명기자·jmtrut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