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공룡' 이케아(IKEA)가 아시아 최대 규모로 광명시에 입점, 국내에 처음으로 진출한다.
대형 할인매장과 SSM의 등장으로 유통업계 전반에 변화가 생긴 것처럼, 스스로 조립하는 DIY(Do It Yourself) 제품 등을 앞세워 전 세계 젊은층의 가구 소비문화를 바꿨다는 이케아의 입점은 국내 가구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소유통업계 살리기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던 것에 비해, '가구공룡'에 대한 정부 등의 대책은 안일하다는 게 중론이다.
더욱이 이케아가 국내 가구업계와의 상생을 위해 내놓은 대책도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도권내 가구업계의 우려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 광명시내 가구거리. 가구를 구매하기 위해 거리를 오가는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광명시가 세계 최대 가구업체 이케아의 KTX 광명역 주변 역세권개발지구내 입점을 허가한 지 열흘 남짓, 오지 않는 손님에 '가구공룡' 이케아의 입점 소식, 30도를 훌쩍 넘긴 날씨까지 더해져 상인들은 유달리 지쳐 보였다.
생업을 잃게 되진 않을까 답답한 마음에 휴가도 떠나지 못하고 그저 가게만 지키고 있다는 이모(45)씨는 "결코 이길 수 없는 게임을 억지로 시작하게 됐는데 좋을 리가 있겠나. 이제는 포기 상태"라고 한숨만 쉬었다.
지난 1일 이케아의 입점이 확정된 후, 우려섞인 목소리를 내는 것은 비단 이곳 상인들만은 아니었다.
30년 전 이곳이 가구거리로 조성될 무렵부터 장사를 했다는 김모(65)씨는 "중국산 가구가 정리되니 가구공룡이 들어온다"며 "가구업계 전반에 줄도산이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5월 고양시 탄현동에 이케아 가구를 전문으로 수입하는 매장이 들어서며, 매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일산가구공단에서도 "이케아 입점은 광명시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쐐기를 박았다.
온라인을 통해 수도권에 판매되는 가구의 상당부분을 이미 탄현 매장에서 소화하고 있다는 게 이곳 상인들의 이야기다.
공단 관계자는 "정부와 경기도, 광명시는 이케아 입점을 단순히 가게 하나 들어오는 일로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7만8천여㎡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4~6층으로 건축돼 아시아 최대 규모로 지어질 이케아 광명점의 개점이 내년 12월로 점쳐지면서 경기도내 가구업계에 적신호가 켜졌다.
반발이 거세지자 이케아가 도내 가구업계와의 상생방안을 내놓았지만 업계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허울뿐인 상생'이라는 지적에, 이에 대한 보완 없이는 줄도산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도내 가구업계에 빠르게 번지고 있다.
중소가구업체들로 구성된 대한가구공업협동조합연합회 측은 "대형 할인매장의 등장으로 구멍가게가 줄줄이 자취를 감춘 것은 물론 유통의 전반적인 흐름마저 바뀌었는데, 이케아 입점으로 이러한 모습이 가구업계에서 재현될 것"이라며 "국내 가구업계 빅5가 덤벼도 이케아를 이길지 장담할 수 없는데, 이케아가 국내 가구업계와 얼마나 상생하려 할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김민욱·강기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