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미향 (사)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 세워진 위안부 소녀상을 안아보고 있다. /하태황기자
민간 후원만으로 약자 대변
日정부·우익단체 거센 저항
쉽지않은 과정 가슴 뜨거워
22년간의 평화운동 '희망'
정치 움직이는건 국민의 힘


"위안부 할머니들은 불쌍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우리의 인권운동가이자 역사 선생님이죠."

제68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사)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에서 만난 윤미향(49) 정대협 대표는 "역사가 허락하는 한 국제사회 곳곳에 위안부 소녀 평화비를 세울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30일 미국 글렌데일 시 중앙도서관에 해외 최초로 위안부 소녀 평화비가 세워졌다.

건립 결정 과정에서 일본 측의 항의가 폭주하기도 했지만, 글렌데일 시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희생을 기리는 평화비 건립 결의를 채택했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에 이은 세 번째 평화비다. 제막식에서 윤 대표는 결코 쉽지 않았던 그간의 과정이 떠오르며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는 "일본대사관 앞 평화비도 3천300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3년이나 걸렸고, 박물관 내에 세우기까지도 9년이 걸렸다"며 "정부의 지원없이 민간의 후원으로만, 특히 약자들의 권위를 대변하는 활동은 한국 사회에서 정말 쉽지 않다.

일본 정부나 우익단체의 반대 저항도 만만치 않았지만 결국 우린 해냈고, 앞으로도 국제사회에 끊임없이 씨앗을 뿌릴 것"이라고 했다.

대학시절부터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며 자연스레 여성 인권과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윤 대표는 일본인들이 한국에 성매매를 위해 관광을 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현대판 정신대'와 다를 것 없다는 생각에 분노했고, 이것이 곧 정대협과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된다.

그는 "처음에는 대중 앞에 나서는 것을 꺼려했던 위안부 할머니들이 이제는 당당한 인권운동가, 평화운동가가 돼 우리 앞에 서 계신다. 22년간의 운동이 할머니와 우리를 변화하게 하고, 이제는 콩고 등 다른 나라의 전쟁 피해 여성들의 상처까지 싸매는 활동으로 이어졌다. 이것이 우리가 만든 변화이자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학창시절부터 계속 수원에 살았던 윤 대표는 "해방 당시 당연히 해결됐어야 할 문제지만, 지금이라도 할머니들의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학계와 법조계, 시민사회단체 모두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며 "무엇보다도 정치권이 움직여야 하는데, 정치를 움직이는 건 국민이다. 불쌍한 건 피해 할머니들이 아닌 일본 정부라는 것을 국제사회가 알 수 있도록 국민들이 힘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신선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