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술국치일'과 '광복절'은 우리의 주권을 일본제국주의에 빼앗겼던 35년 치욕의 시작과 끝이다. 이를 기억하기 위해 1945년 해방 이후 8월 달력에는 29일 경술국치일(국치절), 15일 광복절이 함께 나와 있었다.

하지만 1965년 한일협정 이후 경술국치일은 국가기념일에서 슬그머니 제외됐고 지금까지도 그대로다.

갑자기 왜 사라졌는지 명문화된 기록은 현재 남아있지 않은 상태지만, 단절된 한일 관계를 복원하는 데 걸림돌이 됐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사이 경술국치일은 시민들의 관심 속에 잊힌 날이 됐다. 실제 '경술국치 100년'인 지난 2010년 실시된 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한 세기가 된 경술국치를 모른다고 답했다.

다행히 치욕의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국가기념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고, 지난해 8월 29일 민주당 백재현(광명 갑) 의원이 '국가기념일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하게 됐다.

그러나 1년이 다 되도록 '정부와 논의 중'이란 이유로 법안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경기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조기라도 게양할 수 있다. 김주삼 도의원이 발의한 경기도 국기게양일 지정 등에 관한 조례안이 지난 5일 공포됐기 때문이다.

정규학 광복회 경기도지부 사무국장은 "아무래도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지 않다 보니 시민들이 경술국치일을 모르고 지나치는 것 같다. 내년에는 꼭 기념일로 지정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광복회 경기도지부는 오는 29일 경술국치 103년을 맞아 도내 학교에 경술국치의 의미를 되새기는 안내문을 발송할 예정이다.

/김민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