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지나치는 작은 것 하나하나가 장애인들에게는 큰 장벽입니다.'
각종 장애인 단체들은 20일 제 21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서울 시내 곳곳에서 장애인 문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장애인 편의시설 확보를 위한 다채로운 행사 및 집회를 가졌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이사장 김활용)는 이날 낮 서울 송파구 잠실동 지하철 2호선 잠실역 구내에서 비장애인들이 참여하는 '생존! 장애체험'행사를 펼쳤다.
비장애인들은 '송파구청 다녀오기', '병원 이용하기', '지하철역 화장실 이용하기' 등 19가지 과제물 가운데 한가지를 선택한 뒤 휠체어 및 안대와 흰지팡이를 이용해 장애체험에 나섰다.
휠체어를 타고 요구르트와 영화 팸플릿을 구해오는 과제를 맡은 강한숙(33)씨는 '휠체어가 통과하기에는 상점 계산대의 폭이 너무 좁았으며 공중전화도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이용하기에는 높은 위치에 설치돼 있었다'며 '하지만 가장 어려웠던 것은 일반인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었다'고 밝혔다.
장애체험을 마친 비장애인들은 '화장실 입구 경사로가 너무 가파르다', '지하철역 휠체어 리프트가 고장났다'는 등 턱없이 부족한 장애인 편의시설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날 행사에서 비장애인들에게 휠체어 사용법을 교육한 소아마비 장애인 김세현(33)씨는 '이런 체험을 통해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사소한 시설에 대해서도 장애인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며 '행사를 바라보는 행인들도 간접체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이도역 추락 참사공동대책위(위원장 박경석)'는 이날 낮 서울 성동구 용답동 도시철도공사 앞에서 '장애인 이동권'확보를 위한 집회를 갖고, '장애인과 지하철 함께 타기' 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70여명의 장애인 등 100여명이 참여, 지하철 5호선 장안평역에서 종로3가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며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한 캠페인을 벌였다.
이날 참석자들은 종로3가 지하철역에서 장애인들에 효용성이 떨어지는 구내 계단 옆 휠체어 리프트에 청색 테이프를 붙여 움직이지 못하게한 뒤 안전한 승강기로 교체해줄 것을 촉구했다.
박경석(40) 오이도역 대책위원장은 '장애인의 70.5%가 한달에 5번도 외출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하여 계단을 내려가는데 20∼30분이 걸리는 휠체어 리프트보다는 승강기를 설치해줄 것'을 요구했다.
서울장애인연맹(회장 채종걸)과 뇌성마비연구회 등 장애인단체 관계자 300여명은 이날 낮 종묘공원에서 탑골공원까지 '장애인의날 기념 장애인 고용촉진 범국민걷기대회'를 가졌다.
이들은 '법적으로 근로자 300인이상 기업에서는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2%로 규정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정부기관과 자치단체에서도 장애인 의무고용을 회피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장애인 고용촉진을 촉구했다.
한편 장애인 복지단체 협의회(회장 이건희)도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 오륜동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대통령 부인 이희호(李姬鎬) 여사, 김원길 보건복지부장관, 고건 서울시장 등 4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장애인의 날 기념식을 가졌다.
장애인 단체들은 기념식이 끝난 직후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 앞에서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캠페인 및 퍼포먼스를 벌였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