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연수 고려대 그린스쿨대학원 교수
이제 우리의 관심과 화두는
경제에서 행복으로 바꿔야한다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어려서부터
제대로 된 교육으로 학습하고
인성을 찾는 노력에 사회가 뜻과
힘을 모으고 투자해야 한다


길고도 길었던 장마도 결국은 물러가고 염천의 뜨거운 태양이 대지를 달굽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여름도 가고 어느덧 가을이 올 것입니다. 세월이란 덧없는 것, 그렇게 생각하면 다툼도 욕심도 다 부질없어 보입니다. 이제 저의 1년에 걸친 월요논단을 정리할 때가 되었습니다. 평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서툰 글 솜씨로 풀다가 보니 거친 점도 미숙한 점도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너른 이해를 바랍니다.

지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첫째로 우리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 그 자체의 관리입니다. 삶과 희망과 행복의 바탕이 바로 공동체입니다.

마치 고기에게 물과 같은 것이지요. 우리의 공동체는 건강한가요? 최근의 '묻지마 차량돌진 살인'을 기억합니다. 충격적이게도 그 이유는 '웃는 사람 보면 죽이고 싶었다'라고 합니다. 이 묻지마 증오범죄를 보면서 우리 사회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면 우리는 막장에 서있는 것입니다. 죽고 다친 사람이 나와 무관한 사람임을 안도하고 있다면 우리의 공동체는 무너진 것입니다.

우리는 결코 혼자만이 행복을 누릴 수 없다는 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아니면 불행이 내 차례가 될 때까지는 아직도 여유가 있다고 자만하고 있는 것일까요. 탐욕, 불만족, 오만함, 무례함, 염치없음, 적개심, 분노 이런 것들은 가슴속에서 자라서 그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면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합니다. 마치 오염된 공기 속에서는 누구도 건강을 지킬 수 없듯이 병든 사회에서는 아무도 행복할 수도 안전할 수도 없게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동안 우리 사회의 관심이 너무 오래 경제에만 함몰되어 왔습니다. 배고픔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절실한 염원은 우리를 뭉치게 하고 내일을 위해 오늘을, 자식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게 하는 참으로 순수한 열정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반열에 들고 있는 지금 우리는 오히려 물질의 욕망에 육체도 영혼도 매몰당하여 모두가 길을 잃고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제 우리의 관심과 화두를 '경제'에서 '행복'으로 돌려야 합니다.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어려서부터 학습하고 인성을 찾는 노력에 온 사회가 뜻과 힘을 모아야 하고 투자해야 합니다. 그 수단으로 교육만큼 확실하고 구체적인 것이 없겠지요. 물론 제대로 된 교육 말입니다.

다음으로는 '긴 호흡'을 되찾는 일입니다.

기업실적도, 경제정책도, 그리고 백년대계라는 교육마저도 조급증에 빠져 허덕대고 있습니다. 실적만 보고 비전은 보지 않습니다. 비축은 없고 소모만 있습니다. 우리만 있고 우리 아이들은 없습니다. 현재만 있고 미래는 보이지 않습니다. 탐욕이라는 악마의 손에 우리는 긴 호흡을 잃어 버렸습니다. 선량한 제도가 왜곡되고 악용되어 탐욕에 이용되고 있습니다. 투표라는 제도는 우리 사회를 승 아니면 패의 이분법과 그에 따른 한탕주의의 유혹에 휩싸이게 하고 있습니다. 증시제도는 더 이상 투자 자본을 모으는 수단이 아닙니다. 제도화된 투기판이라면 과한 표현일까요? 그러면 왜 월가에 돌을 던지고 개미는 패가망신하는 것인가요.

누군가는 씨를 뿌려야 뒤에 거두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모두 당대에 거두는 일만 하려하고 사람들은 거기에만 박수를 보냅니다. 씨를 뿌린 사람에게도 잊지 않고 박수를 보내야 합니다. 또한 탐욕이란 악마의 도구가 된 모든 제도를 본연의 기능으로 돌아갈 수 있게 과감히 그리고 신속히 고쳐야 합니다. 그리하여 기다리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보편화하고 그것이 믿음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 깃발을 들어야 합니다. 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하여.

/박연수 고려대 그린스쿨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