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밤 10시30분. 수원시 권선구 고등동 253 일대 윤락가.
 블록 초입에 청소년 통행금지·제한구역(레드존)임을 알리는 안내판 하나가 서있다.
 길이 150여m, 폭 30여m의 비좁은 공간에 50~60개의 여인숙들이 밀집돼 있는 이곳은 시외버스 터미널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큰 도로를 따라 바삐 움직이는 것을 제외하곤 사람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애당초 청소년들이 없는 이곳에 청소년 보호 명목으로 '레드존'이 99년 7월에 지정된 것.
 같은 시간 수원시 팔달구 팔달로 1가 일명 '로데오 거리'. 청바지에 반팔티를 입은 청소년들과 교복을 입은 학생들로 거리가 넘쳐나고 있다.
 늦은 시간, 술에 취해 휘청거리는 청소년들 사이로 '뒤풀이'를 위해 단란주점과 나이트클럽에서 나오는 술취한 성인남녀의 모습도 속속 눈에 띈다.
 인근에 빽빽히 들어선 카페와 호프집에서 주민등록증을 확인하는 업주는 아예없다.
 PC방, 노래방, 비디오방등도 출입제한시간인 오후 10시가 넘어도 주고객인 청소년들을 내쫓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 보호대책이 이처럼 형식에 치우친 '말뿐인 대책'으로 겉돌고 있다.
 행정당국은 청소년 범죄예방과 보호를 위해 수원시 권선구 고등동과 성남시 중원구 중동등 도내 9곳에 레드존을 지정, 청원경찰들이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대부분 '밀집된 윤락가'여서 성인들도 남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곳이다.
 청소년 범죄가 윤락가 보다는 유흥가에서 발생하는 점을 감안할때 이같은 레드존은 사실상 형식에 불과하다.
 반면 도내 유흥가는 청소년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고 PC방과 노래방, 비디오방에서 밤늦게까지 '그들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으나 단속반들은 찾아볼수가 없다.
 이에따라 청소년범죄는 매년 증가, 지난 99년 각종 범죄로 입건된 미성년자가 1만9천명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2만1천여명으로 3천여명 늘었고 올들어 지난 3월까지 이미 4천여명을 넘어선 실정이다.
 수원경실련 노건형 사무국장은 “당국이 형식에 불과한 레드존등을 지정한뒤 청소년대책에 뒷짐을 지고 있다”며 “지속적인 단속과 함께 현실적인 청소년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우영기자·pangi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