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환 성균관대 교수·수원시창업지원센터장
각 부처 장관들은 창업정책
중복되는지 반드시 체크하고
기재부는 예산 꼼꼼히 검토해
세금낭비 유발되는지 가려야
또한 국회도 결산심의때
이중지원여부 철저 심사 필요


온 나라가 창업에 몰두하고 있다. 모든 정책역량이 창업과 창조에 맞추어 있는 듯 많은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나름대로 있어 보인다. IMF 외환위기 이후 이른바 좋은 직장인 대기업이나 공기업 또는 공무원으로 갈 수 있는 자리가 오히려 줄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에 해마다 많은 대학졸업생이 사회에 나오고 있으며 변변한 사회안전망도 안갖추어진 상태에서 베이비 부머들의 직장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이를 통한 성장동력 확보라는 창업은 그럴듯한 정책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어려움 역시 있는 게 창업이다.

먼저 창업에 관한 한 우리보다 앞서 있는 문화배경을 갖고 있는 미국을 들여다 보자. 미국은 원래는 기업가적인 국가였는데 1929년 미국의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시작된 대공황은 미국사회에 큰 영향을 끼쳤다. 대공황을 겪은 미국인들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제공하는 높은 보수와 안정된 직장을 선호하게 되었고 이시대 이후 미국은 1960년대까지 회사원들의 전성시대가 되었다. 이 시기 미국은 전통적인 기존의 가치인 자립성과 기업가정신을 버리고 충성심, 안정성, 소속감 등 관료적 사회도덕가치를 수용하게 되었다. 성공적인 사회생활은 회사에 충성하고 충성한 대가를 회사는 지불할 것이다라는 말이 유행이었으며 많은 직장생활을 하는 중산층은 이게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1960년대에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미국 젊은이들은 그 전세대가 누렸던 고소득과 안정을 보장하는 직장이 부족하게 되었다.

1960년대 포춘지 선정 미국의 500대 기업은 전체고용의 20%를 차지했으나 1980년대 이후 대기업의 고용창출은 10%까지 떨어졌다. 자연히 대기업을 비롯한 좋은 일자리는 줄어들었고 이러한 일자리 전선에서 낙오된 사람들의 20%는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이때 다시 미국정부는 창업을 위한 제도를 정비하고 본격적인 제도를 정비하게 된다. 1978년 벤처투자에서 발생한 양도소득세를 인하하고 연금의 벤처투자를 허용하고 중소기업 혁신연구 프로그램(SBIR)을 통해 중소기업의 신기술개발사업을 지원한다. 그리고 공정한 게임을 위해서 반경쟁행위를 규제하고 시장 개방성을 확보하고자 각종 규제를 철폐하여 신생중소기업의 판로를 개척해주는 제도를 만들었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직접적인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보다는 창업생태계가 원활히 돌아갈 수 있는 제도를 확립하고 이를 운영하는 데 초점을 둔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사례는 우리나라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우리의 경우도 IMF라는 대금융위기 이후 많은 기업들이 도산하였고 좋은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해마다 정부의 중점 업무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고 이를 위한 정책과제를 부처별로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다. 전통적인 창업정책부처인 중소기업청을 비롯하여 교육부, 미래창조과학부 등이 많은 예산을 들여 창업을 장려하고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소규모 예산이지만 보건복지부, 여성부 등 다른 부처들도 소관 분야에 대한 창업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고 있다.

창업은 현재의 한국 경제를 활력있게 만들 수 있는 수단이며 경제성장을 할수 있는 좋은 전략이다. 그러나 미국의 예에서 보듯이 직접적인 자금지원은 가능하면 줄여야 하며 제도를 정비해서 창업생태계가 원활히 작동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최근과 같이 각 부처에서 많은 창업정책을 만들어 집행하는 것은 낭비적인 면만이 아니라 창업자의 모럴 해저드를 유발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러한 부정적인 요인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안이 필요하다. 첫째로 각 부처의 장관들은 창업에 관한 정책을 관련 공무원이 만들어 오면 다른 부처와의 중복성을 반드시 체크하길 바란다. 두 번째로 기획재정부는 각 부처의 창업관련 예산심사시 철저하게 검토하고 분석해 세금 낭비를 유발하는 사업은 절대 예산에 반영시키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회에서는 결산심의때 중복지원 여부와 성과에 대한 철저한 사후 심사가 필요하다. 특히 각부처에서 하는 창업에 관한 성과분석보고는 국회에서 중복카운트 여부를 반드시 체크하길 바란다. 창업은 경제를 생동력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관련 부처와 국회는 더욱 더 노력하여 창업생태계가 원활히 돌아갈 수 있는 정책 수립, 집행, 성과분석을 하길 바란다.

/김경환 성균관대 교수·수원시창업지원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