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영미 평택대 외교안보전공 교수
박근혜 정부 출범과 동시에 가장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이슈 중 하나는 아마 국정원 개혁 논의가 아닐까 싶다. 이른바 국정원 활동 축소와 '국내파트 폐지' 주장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가안보와 국익을 위해 국정원의 '국내 보안정보와 안보수사' 활동 등을 오히려 더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반면에 최근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대여투쟁과 병행해서 '국정원 개혁 법안'을 다수 발의하면서 본격적인 개혁을 호소하고 있다.

예컨대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야권의 개혁 주장이 대한민국의 건국정신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올바른 방향과 적합한지 좀 더 냉철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제기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계속되고 있고, 심지어 탈북자 위장간첩 사건과 사이버테러 등 강력해지고 있는 초국가적인 안보위협에 직면해 있는 현 시점에서 국정원의 역할과 목적은 과연 무엇인지 재평가가 필요한 것이다.

현재 야당의 개정 법안을 살펴보면, 주로 국정원 명칭을 '통일해외정보원'으로 변경, 수사권 폐지, 보안업무 기획 조정 권한 폐지, 국내정보활동 금지 내지 국내정보 수집권한 폐지, 국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제 도입, 국정원 직원 징계시효 상향, 정치관여 공소시효 적용 배제 등으로 집약된다. 국정원 개혁은 어떤 형태로든 필요하지만 야당의 주장은 큰 틀에서 두 가지 문제점이 노출된다. 우선, 국정원의 수사권 폐지 주장이다. 이번 국정원 개혁 논의는 '대북심리전'에 대한 적법성 여부에서 비롯된 것인데, 심리전은 수사업무와 전혀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수사권을 폐지하자는 주장은 정보기관 무력화 시도로 여겨진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간첩·스파이는 해외 우회침투 및 해외접선 등 국내외를 넘나들기 때문에 이들을 검거하기 위해 해외 현지 감시체계 구축이 중요하고 치밀한 수사·정보활동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다. 결국 수십 년 간의 노하우를 축적한 전문성을 갖춘 국정원이 수행하는 것이 가장 적합할 것이다.

둘째, 국정원의 '국내정보 폐지' 논란이다. 야당의 주장에 의하면 '정당이나 정치·사회단체 및 구성원의 정치활동에 대한 정보활동 금지'가 포함돼 있다. 이런 야권의 주장은 자칫 북한 주장에 동조하고 추종하는 사람들이나 정당 및 사회단체 대상의 이적행위에 대한 정보활동이 불가능해질 가능성도 내재되어 있다. 분단국인 한국에서 정보기관의 정보활동을 국내·외로 분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만약 국정원의 국내 정보가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경우 국가안보와 국익 증진의 핵심인 대공 및 방첩활동이 무력화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국가안보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국정원의 국내정보 수집에 대한 뚜렷한 대안도 없이 무조건 폐지 수순을 밟는 것은 안 된다. 이는 마치 국가안보의 사각지대를 만드는 것과 같기 때문에 국내정보 폐지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이처럼 야당의 국정원 개혁안은 '민주주의 회복'과 '댓글사건' 재발방지 명분보다는 국가정보 기관의 대공기능 무력화와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철폐, 국정원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와도 유사한 것이다. 따라서 국정원 개혁에 대해 좀 더 진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하며, 항시 국가안보와 국익 창출에 바탕을 둔 개혁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윤영미 평택대 외교안보전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