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의 어머니는 지난해 봄 만성골수성백혈병으로 진단을 받은 후 서울의 병원으로 치료를 받으러 다니셨는데, 교통이 불편하고 쇠약한 어머니의 건강상태 때문에 매번 본인이 회사를 쉬고 모시고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결국 필자가 근무하는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했고, 환자와 보호자 모두 편안하게 통원치료를 받고 계신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백혈병 중 가장 흔한 유형의 하나로, 과거에는 약 60% 정도의 환자만이 치료되었다. 하지만 진단기술과 표적치료제라는 치료의 핵심 두 축이 조화롭게 발전하면서 불과 최근 10여년 만에 약물치료만으로도 25년 이상의 기대수명을 예상할 수 있는 만성질환이 되었다.
먼저 진단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암세포의 핵산을 추출하여 유전자의 변이를 직접 분석하는 분자병리검사가 도입되었다. 최근 국내에서는 서울의 주요병원뿐만 아니라 지역 단위의 대형병원에서도 만성골수성백혈병에서 사용하는 가장 정교한 분자병리검사인 IS RT-Q-PCR이라는 국제 표준 검사가 가능해졌다.
진단기술과 함께 백혈병 치료 환경의 변화를 이끈 요인으로 표적항암제의 개발을 꼽을 수 있다. 2000년대 초반에 만성골수성백혈병 최초의 표적항암제 이매티닙(글리벡)이 등장하면서 분자단위에서 암유전자를 공격하는 표적 치료가 시작되었고, 이후 닐로티닙(타시그나), 다사티닙(스프라이셀), 그리고 라도티닙(슈펙트) 등과 같은 2세대 표적치료제들이 개발되었다. 또한 이러한 약제들이 전국적으로 동등하게 공급이 이루어지면서 환자들의 치료 편의성도 높아지고 있다.
진단 기술과 치료제의 발전은 결과적으로 전체 치료수준의 향상을 가져왔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동일한 국제 가이드라인 하에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전국적으로 만성골수성백혈병의 치료수준은 거의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국가 의료보험 혜택을 받으며 전세계적으로 동일한 치료지침으로 치료할 수 있는 병을 굳이 많은 시간과 부대 비용을 낭비하면서 먼 타 지역에서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는지 고려해봐야 한다.
필자는 많은 환자들이 백혈병에 대한 이러한 치료환경의 변화를 인식하고, 필요할 때 쉽게 찾아갈 수 있고 편안하게 설명들을 수 있는 거주지에서 가까운 지역기반병원을 통해 보다 효율적인 질환관리를 이어갈 수 있길 바란다.
/박진희 가천의대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