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유일한 병영(兵營)국가인 북한의 금년 key word는 '경제건설'이고 그 완공 방식 역시 '군대식'이다. 24일자 인민일보의 북한 선전화(畵)가 섬뜩하다. '마식령(스키장) 속도로 온 나라에 대비약 대혁신의 불바람을 일으키자'는 것이었고 인민일보 제목은 '朝鮮推出新宣傳畵 呼우軍民奮起促進經濟建設(조선추출 신 선전화 호우 군민 분기촉진 경제건설)'이었다. '民軍이 아닌 軍民이 奮起, 경제건설을 촉진하자'는 것이었지만 '불바람'이 뭔가. 불 바람(火風)을 일으키면 다 타버릴 게 아닌가. '호우(呼우)'란 '호소한다'는 뜻이고 우는 '탄식할 우'자다. 또 하나 선전화 제목은 '고산과수농장을 철령아래 사과바다가 펼쳐진 사회주의선경으로!'였다. '철령(鐵령)이라는 산 아래 사과밭을 사회주의 선경(仙境)으로 가꾸자'는 소리였고 '사과밭'을 '사과 바다'로 멋을 부린 표현이었지만 사과밭만으로도 '사회주의 선경'을 이룩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왜 개성공단 재개에 합의했고 금강산 관광도 재개하자, 이산가족 상봉도 좋다며 화해 제스처를 썼는가. 한 마디로 그들의 경제건설에 아쉽기 때문이다. 마식령 스키장 등 관광지 개발은 물론 지난달 파나마에서 적발된 북한 선박의 무기가 증명하듯 냉전시대의 낡은 무기라도 팔아 달러를 벌자는 것이고 화학무기 살인 가스든 뭐든 판다는 증거 또한 전 세계를 경악케 한 이번 시리아의 신경가스 살포를 계기로 드러난 거 아닌가. 화생방 방호복(防護服)을 시리아에 판 정황이 유엔보고서에 의해 확인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사회주의 낙원 북남통일' 집념을 포기할 줄 모르는 그들이다.
그런데 놀라운 건 지난 14일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 때의 김기웅 통일부 남북협력지원단장의 발언이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남북이 각종 현안문제를 6·15정신에 입각해 협의하고 신뢰를 구축하자'고 했다는 것이다. 6·15는 DJ의 햇볕정책으로 퍼준 돈으로 핵무기를 만들게 한 그 남북공동선언 아닌가. 사과밭 한 뙈기에도 '사회주의 선경 건설 구호'를 외쳐대는 저들의 무서운 '불 바람'을 한 번쯤 상상이나 해 보고 한 발언인지 묻고 싶다. 알고 했어도 한심하고 몰랐어도 문제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