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정책금융 효율화를 위해 이명박 정부 시절 분리했던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4년 만에 다시 통합하기로 했다.

대신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은 현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27일 이런 내용의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방안을 내놓고, 정기국회 통과가 이뤄지면 내년 7월에 통합 산은이 출범할 전망이다.

개편안의 핵심은 2009년 분리됐던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다시 합치고 산업은행 민영화를 전제로 만든 산은금융지주도 해체하는 것.

통합 산은이 기업 구조조정, 회사채 인수, 투자형 정책 금융 등 대내 정책금융 업무를 수행하고 정책금융공사의 투자 업무는 산은 내 정책금융본부가 맡게 된다. 또 정책금융공사의 해외 자산 2조원은 수출입은행, 직접 대출 자산은 산은에 이관된다.

산은의 통합에 따라 산은캐피탈, 산은자산운용, KDB생명은 매각된다. KDB 인프라운용은 매각하지 않기로 했고 대우증권은 당분간 매각을 보류하기로 했다. 산은은 지점 확대나 다이렉트예금 신규 유치를 중단해 소매금융 업무도 점진적으로 축소한다.

고승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산은 민영화를 중단하기로 한 배경에 대해 "글로벌 금융위기 등 시장 여건 악화로 2008년 민영화 결정 때보다 산은 민영화 추진 동력이 크게 약화됐다"면서 "오히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장 안전판, 기업 구조조정 등 정책 금융 기능 강화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그는 "설립 취지와 달리 자체적인 수익 구조를 갖지 못하고 산은과 대부분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정책금융공사는 통합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현 상황에서 기능 재편을 하지 않으면 정책금융기관간 불필요한 중복이 커져 국가적 손실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대외 정책금융의 경우,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의 이원 체제를 유지하면서 신흥·개도국 수출 지원 및 해외 건설·플랜트 지원에 집중하기로 했다.

더불어 무역보험공사 기금 배수를 향후 50~60배 수준으로 조정하고 수출입은행은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 시 신용 공여 한도 예외를 적용하는 등 건전성 규제를 합리화하기로 했다.

기업은행 민영화도 중단된다. 기업은행의 정부 지분을 유지하면서 정책 기능을 기존처럼 수행하도록 했다.
신·기보도 기존 체제를 유지하되 보증연계 투자를 활성화하고 보증을 투자로 전환해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투자옵션부 보증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공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