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재 육성, 이것이야말로 지역 발전의 핵심이 아니겠습니까"라고 밝히고 있는 조윤길 옹진군수는 섬 지역의 교육환경 개선과 지역인재 육성을 위해 강한 신념을 갖고 장학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옹진군 제공
1주일 절반은 주민애로 직접 청취 꼼꼼히 챙겨와
어업소득 84% 증가 관광객 첫 400만 돌파 '성과'
지역발전 핵심 인재육성 위해 '장학재단 설립'도


"저도 섬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그 때는 집안 형편이 몹시 어려워 대학에 갈 꿈도 못 꿨어요. 인재 육성, 이것이야말로 지역 발전의 핵심이 아니겠습니까."

조윤길 옹진군수는 장학사업에 강한 신념을 갖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조 군수가 이사장으로 있는 '옹진장학재단'이다.

섬 지역의 교육환경 개선과 지역인재 육성을 위해 2007년 설립한 재단법인이다. 옹진군 출연금과 지역 사회에서 기탁한 장학금 등으로 조성된 기금이 무려 95억원이나 된다.

옹진장학재단은 기금에서 나오는 이자로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조 군수는 "섬지역 부녀회 회원들이 먹거리 장터를 열어 얻은 수익금을 장학금으로 내놓기도 한다"며 "금리가 떨어지다 보니 우리 아이들에게 돌아갈 장학금도 그만큼 줄어들게 돼 고민이다"고 토로했다.

옹진장학재단은 서울시 영등포구 당산동에 옹진군 출신 대학생을 위한 기숙사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옹진군 출연금과 국민 성금 등을 모아 설립한 기숙사가 바로 '옹진장학관'이다.

조 군수는 "요즘 자취방 전세금이나 보증금이 많이 올라 부모들이 얼마나 힘들어 하느냐"며 "우리 아이들이 적어도 집 구할 걱정은 없이 학업에 정진할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옹진군은 섬 지역에 원어민 교사들을 두고 있다.

조 군수는 "이제 막 대학에 들어가는 아이들한테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한 일화를 소개했다. 학생들이 잘 지내는지 보려고 서울 기숙사를 찾았을 때였다.

서울의 한 대학에 갓 입학한 새내기 학생이 "영어마을(원어민) 선생님께 공부를 안 배웠으면 대학 면접때 떨어질 뻔 했다"며 조 군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외국인 면접관의 거듭된 질문에 당황했을 법 한데, 이 학생은 학교에서 갈고 닦은 영어회화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고 한다.

"의대를 졸업하고 레지던트 생활을 하는 우리 옹진군 출신 한 장학생이 이제는 '후배들을 위해 써 달라'며 정기적으로 장학금을 기탁하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뿌듯한 일이에요." 조 군수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 번졌다.

-요즘 근황은 어떻습니까. 평소 직원들에게 현장 중심의 행정을 누차 강조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1주일의 절반은 섬에 있습니다. 현장에 답이 있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의 애로사항은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들어야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어요. 옹진군은 섬으로만 이뤄져 있지 않습니까. 현장을 모르고서는 행정을 하기 어려운 지역입니다.

덕적군도에는 10가구 정도 사는 작은 섬도 있어요. 전기는 잘 들어오는지, 물은 잘 나오는지, 배는 잘 다니는지, 꼼꼼히 챙겨야 합니다. 제가 현장을 자주 나가다보니 직원들이 힘들어 하기도 해요.

현장에서 민원이나 제보를 많이 받게 되거든요. 직원들이 현장을 모르고 엉뚱한 소리를 하면 바로 혼이 날 수밖에요."(웃음) 최근 옹진군의 한 직원은 기자에게 "아마 누구네 집 수저가 몇 개인지도 아실 것"이라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최근 '북방한계선(NLL) 논란'으로 정치권 안팎이 떠들썩했습니다. NLL에 인접해 있는 옹진군의 서해 5도는 남북간 대치상황의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곳 아닙니까.

"참담한 사건들을 많이 겪었습니다. 특히 연평도 포격사태는 북한이 6·25전쟁 이후 처음으로 남한을 직접 공격한 사건이지 않습니까.

당시 민간인 2명과 군인 2명이 사망하는 매우 가슴 아픈 일이었습니다. 연평도 주민들은 터전을 잃고 육지로 피란을 나와 힘든 생활을 했습니다.

우리 직원들도 주민들을 뒷바라지 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어요. 이제 주민들은 다시 돌아가 생업에 종사하며 섬을 지키고 있습니다.

정부의 지원은 물론이고 전 국민의 격려와 도움이 큰 힘이 됐습니다." 연평도 포격사건을 계기로 국회는 서해 5도 지원 특별법을 제정하고, 정부는 이에 따라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했다.

-현장을 많이 뛴 만큼 크고 작은 결과물이 있었다고 봅니다. 주요 성과와 현안 과제를 꼽으라면.

"아무래도 주민들의 일자리와 소득 창출이죠. 요즘 연평도 꽃게잡이 등 수산업이 잘 되지 않아 걱정이에요. 그동안 주민들의 소득 증대를 위해 수산분야에 투자를 많이 해왔습니다.

건조장이나 양식장 등 시설 투자(최근 3년간 108억원 지원)에서부터 종묘 방류 등 어족자원을 늘리는 사업에 이르기까지 수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어요."

이로인해 옹진군에 따르면 어업소득이 2010년 415억원에서 지난해 766억원으로 84% 증가했다.

"앞으로는 건강 쑥이나 식용 국화 등 고부가가치 농작물을 집중 재배할 계획입니다. 마을기업도 점차 확대 육성해 나가려고 합니다.

일자리 만들기도 중요한 과제예요. 특히 옹진군은 어르신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나무식재나 꽃길 가꾸기 같은 사업에 예산을 많이 투자한 것도 이 분들에게 일자리를 드리기 위한 취지가 있었습니다."

조 군수는 그 다음으로 '관광 활성화'를 꼽았다. "옹진 섬은 모두 천혜의 자연경관을 갖추고 있어요. 관광객들을 많이 찾아오게 하려면 특별한 그 무엇이 필요한데 얼마 전에 좋은 경험을 했어요.

덕적도 부녀회에서 쑥개떡을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팔던데, 정말이지 없어서 못 팔더라구요. 거창한 것 말고도 섬마다 이렇게 특색있는 먹거리를 개발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 같아요."

지난해 옹진군 섬을 찾은 관광객이 처음으로 400만명을 돌파했다. 인천과 백령도를 오가는 항로에 대형 여객선이 취항하고, 덕적면 외곽도서에 차도선 형태의 여객선이 다니게 되는 등 교통여건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3년 전 6·2 지방선거에서 인천 최초로 무투표 당선이 돼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제 내년 지방선거가 채 1년도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일해 온 것을 보고 주민들이 잘 평가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지금부터 뭘 하겠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동안 해오던 대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열심히 뛸 것입니다."

조 군수는 그러면서 앞으로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로 서해 5도 어업허가 자율화 및 조업구역 확장, 관광활성화를 위한 여객선 운임 국비 지원 등을 꼽았다.

/임승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