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소극적 안락사, 낙태, 대리모, 뇌사 등 의료현장에서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지만 실정법에 어긋나는 민감한 내용을 공개토론에 부칠 예정이어서 생명윤리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의사협회에 따르면 의협은 소극적 안락사 허용을 비롯해 낙태와 대리모 출산, 뇌사 등을 규정한 의사윤리지침을 제정, 오는 28일 열리는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선포한 뒤 사안별로 빠른 시일안에 공론화 과정을 거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의협은 그동안 진료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형법 등 현행법에서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의사의 의료행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낸다는 방침이다.
의료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에 대해 국민인식을 바꾸고 의료현장에서 현실적으로 벌어지는 시술행위를 법적으로 인정받겠다는 구상이다.
의협 이윤성 법제이사는 '회복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진료를 중단하는 소극적 안락사는 우리나라 실정법에서는 금지하고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허용돼고 있고, 가족의 진료비 부담경감 등 경제적 요구에 의해서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인공임신중절수술(낙태) 경우 형법은 금지하고 있고 다만 모자보건법에서 강간에 의한 임신이나 기형아 등 5가지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데 이는 10대 여아의 임신 등 사회적으로 불가피한 낙태마저 막고 있다'며 '이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문제를 감안해서라도 낙태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대리모 출산도 법이나 제도로는 따로 규정이 없지만 실질적으로 의료현장에서 대리모 출산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가족사이의 대리모 출산 등 극히 제한된 범위안에서 허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입장은 그러나 인간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 반대하는 종교계의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이는 등 공론화 과정에서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낙태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모자보건법의 경우 지난 86년 제정된 이래 지금까지 5차례에 걸친 개정과정에서 낙태허용범위 확대를 요구하는 의료계,여성계와 모든 낙태행위금지를 주장하는 종교계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법개정때마다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기도 했다.
또 현재 장기이식 목적으로만 한정돼 있는 뇌사도 사망 기준으로 인정받기까지 사회전체적으로 커다란 진통을 겪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