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무더웠던 지난 여름 수많은 탐방객이 전국 국립공원에서 휴가를 즐겼다. 계곡이나 바다에서 몸과 머리를 식히는 모습은 변함이 없었지만 숙박패턴은 오토캠핑이 대세인 것 같다. 캠핑인구가 2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는 필요한 물건을 싣고 온 자기차 옆에 텐트를 칠 수 있고 각 영지(營地)마다 전기가 공급되는 등 예전에 하던 야영과 비교하면 훨씬 편리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온 가족이 함께 텐트를 치고 버너로 밥을 지어 먹으면서 숲속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그 자체가 좋았다고 말한다. 요즘 말하는 힐링효과를 느꼈다는 것이다. 자연이 주는 치유의 힘은 지리산, 설악산, 다도해 관매도 명품마을 등에도 똑같이 미쳤을 것이다.
대다수 도시인들이 대피소에서 하루나 이틀 밤을 묵으면서 산행을 하는 일은 이래저래 쉽지 않은 터라 벼르고 벼른 끝에 지난 여름 이를 실행하였다면 가슴엔 뿌듯한 마음이 남아 있을 것이다. 땀을 비 오듯이 쏟아가며 또는 진짜로 비를 맞아가며 힘든 과정을 극복했다는 성취감은 경험한 사람만의 특권이다. 가족이든 친구든 힘든 여정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대피소에서 숙식을 하면서 산중의 밤하늘 아래 도란도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돈독한 정을 쌓았다면 이보다 값진 보람도 없을 것이다.
해변 백사장은 그야말로 철 지난 바닷가가 되었다. 유명한 해변에는 여름철에 일시적으로 탐방객이 집중되다보니 일부 교통체증과 무질서, 바가지 상혼에 얼굴을 찌푸렸을 수도 있었겠다. 그래도 여름에는 보기만 해도 가슴이 탁 트이고 시원한 느낌을 주면서 해수욕을 할 수 있는 바다를 찾게 마련이다. 게다가 아름다운 노을이나 일출을 보면서 바닷가를 거니는 행운이 있었다면 아련한 추억의 단편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흑산도의 국립공원 철새연구센터 연구원에게 잡혀 강제로 발목에 가락지가 채워진 철새에게도 여름은 지나갔다. 철새 입장에서는 난데없는 봉변을 당하는 일이겠지만 철새들을 보호하고 보다 안락한 서식처를 제공하기 위해 가락지 작업은 불가피한 일이다. 그러한 작업의 일환으로 스코프로 뚫어져라 관찰하고 사진을 찍어대고 가락지도 채웠음을 철새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흑산도를 떠나 이역만리 머나먼 길을 가야하는 철새들에게 먹이도 충분히 먹으면서 편히 쉬었다가 떠나가라고 기원해 본다.
이제 여름이 지나간 자연에는 사람들의 자국만 남았다. 탐방객들이 남긴 쓰레기를 치우지 않거나 생채기를 치료해 주지 않으면 몇 백 년까지 그 자국이 남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자연은 여름 내내 수많은 사람들에게 휴식과 즐거움을 주었다고 흐뭇하게 웃음짓고 있다. 내년 여름휴가에 다시 오면 그때는 올해보다 더 아름답고 활기찬 자연을 보여 주겠다고 벌써부터 각오를 다지고 있다. 홀가분할 때뿐만 아니고 심신이 고달플 때도 언제나 오시라고. 국립공원은 당신을 사랑하기에 기다리고 있겠노라고….
지난 1년 동안 성원해 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린다.
/박기연 국립공원관리공단 성과관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