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쓰촨성 지진
신중 대처했다면 피해 줄였을 것
베이비부머 713만명 은퇴 시작
자식에 헌신만… 노후준비 못해
미리 상황 감지 기회 만들어야
2001년 9월 11일 미국을 경악하게 하고, 세계를 벌컥 뒤집어놓은 사건이 터졌다. 그런데 911테러가 발생한 이후에 이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첩보를 입수했다. 9·11테러가 터지기 전에 FBI가 입수한 첩보에 따르면 알카에다 조직이 민간항공기를 납치해서 세계무역센터와 펜타곤을 공격하고 백악관까지 들이받는다는 첩보가 입수된 것이었다. 당시 FBI는 이 첩보를 국가정보위원회에 이첩했고, 국가정보위원회에서는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라고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한다. 2008년 중국 쓰촨성에 지진이 발생한 것 역시 기억할거다. 뉴스 보도에서 하루종일 댐과 산이 무너지고, 건물이 무너지면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보도했는데, 본인이 정작 놀란 것은 쓰촨성에 지진이 터지기 3일전에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을 보면 두꺼비떼 수십만마리가 마을을 덮치면서 이동을 하는 사진이었다. 두꺼비떼는 사람도 무서워하지 않고, 마을을 지나갔기 때문에 밟으면 두꺼비가 깔려서 발을 디딜 틈이 없어서 사람들이 밖으로 나올 수가 없었다고 한다. 주목할 점은 두꺼비떼가 지나가고 3일후에 쓰촨성에 지진이 터졌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위기가 주는 신호를 읽지 못하면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두꺼비를 미물이라고 하지만, 위기가 주는 신호를 읽으면 생존할 수 있는 것이다. 위기는 이러한 특징을 갖고 있다. 만약 위기는 터지기 전에 신호를 보낸다는 것을 감안하여 좀더 신중하게 대처했더라면 9·11테러의 상황은 바뀔 수도 있었을 것이고, 중국 쓰촨성의 지진 피해는 줄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위기는 터지기 전에 신호를 보낸다는 이론이 있다. 그 이론이 '하인리히 법칙'이다. 1930년대 초 미국 한 보험회사의 관리자였던 하인리히는 수많은 보험사고를 분석한 결과 '1:29:300'의 법칙을 발견했다. 이 법칙은 1번의 대형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이미 그 이전에 유사한 29번의 경미한 사고가 있었고, 그 주변에서는 300번의 이상징후가 감지됐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도 교통사고 통계를 분석하면 1회의 사망사고 이전에 35~40회 정도의 접촉 및 추돌사고로 중·경상 사고가 발생했으며, 그 이전에 수백건의 위험한 신호위반 등 교통법규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고 한다. 그렇다. 위기는 신호를 보낸다.
자, 이런 위기가 보내는 신호를 우리 실생활에 적용해 볼까? 현재 우리나라는 새로운 위기에 봉착해 있다. 1955~1963년생까지 태어난 베이비부머는 무려 713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4.6%에 해당한다. 준비되지 않은 무서운 은퇴가 시작되었는데, 은퇴하면서 비참한 현실과 직면하게 된다. 준비되지 않은 은퇴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실감하는 것이다. 베이비부머가 이런 비참한 현실에 놓여있는 것은 우리나라 5천년 역사의 전통이 지금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3대 공동 생활제도가 있었다. 아버지가 자신의 아버지를 부양하면서 동시에 자식을 부양하는 구조였다. 아버지가 할아버지가 될 때쯤이면 본인 자산은 남아있지 않아도 문제가 없었다. 자식이 아버지가 돼서 자신을 부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구조가 지금에 와서 와해되어 버린 것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서 자식을 부양했지만 자식은 할아버지가 된 자신을 부양하지 못하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또한 우리가 오해하는 것 중에 하나는 은퇴는 한번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은퇴는 두 번에 걸쳐서 일어난다. 첫 번째 은퇴는 직장이 있는 상태에서 40대 중후반에 지출이 수입을 역전할 때 일어난다. 금전적 은퇴다. 이때 자녀들이 대학에 진학하기 때문에 집중지출이 시작된다. 두 번째 은퇴는 직업에서 물러날 때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먹지않고 입지 않으며 오로지 자식을 위해 헌신한다. 그러나 정작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준비하지 못한다. 바로 노후준비이다. 위기는 터지기 전에 신호를 보낸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그 신호를 정확하게 감지하고 적용해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길 바란다.
/송진구 인천재능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