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혜영 국회의원 (민주·부천 오정)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에서 갖는 위상은 국내총생산(GDP) 세계 15위, 수출 세계 8위, 원조 수여국에서 공여국으로 도약한 나라로 축약할 수 있다. 짧은 기간에 이룩한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는 다른 나라의 모범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커진 경제규모만큼 우리나라는 좋은 사회인가'라는 물음에 '그렇다'라고 답하기 주춤해진다. 왜 그런가. 최근에 불거진 무상급식 논란을 들여다보자. 지난 8월 16일 경기도가 재정난을 이유로 내년도 무상급식 관련 예산을 전액 삼각하겠다고 발표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무상급식은 정치나 철학의 문제가 아니라 예산의 문제"라며 "빚을 내면서까지 무상급식을 할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다시 말하면 15조5천억원이 넘는 경기도 1년 예산에서 아이들에게 밥 한끼 먹일 돈이 없어서 한 푼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워지면 부모의 씀씀이를 줄이는 것이 먼저지 자식들에게 밥을 굶으라고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더구나 무상급식은 이미 전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정책이다. 지난 연말 경기도교육청에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급식 만족도 조사 결과 학생 77.7%, 학부모 84.3%, 교직원 92.3%가 만족한다는 답변을 했다. 그런 점에서 김문수 지사의 발언은 궁색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불통' 도지사임을 자임하는 꼴이다.

정치는 한정된 재원의 분배이고, 예산은 이를 실행하는 최우선 수단이다. 그런 점에서 무수하게 존재하는 사회적 요청에 우선순위를 정하고, 필요한 예산을 배정하는 것은 철저하게 지도자의 철학과 의지에 기인한다. 김 지사의 행태를 보면 영국의 대처 전 총리가 시장경제, 세계화만이 유일한 선택지라고 신자유주의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내건 '대안은 없다'(TINA:There Is No Alternative)는 슬로건을 떠올리게 된다.

경기도의 살림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반성, 요트대회나 GTX사업같은 전시·토건행정을 줄이거나 폐지하겠다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생활밀착형, 국민 만족도가 높은 좋은 정책에 마치 선전포고하듯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것은 도민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 지도자로서의 자세가 아니다.

대처에 맞서 반세계화 운동의 기수인 수전 조지는 '대안은 수천가지가 있다(TATA:There Are Thousands of Alternative)'는 말로 신자유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희망을 제시했다. "대안을 짜내는 것은 머리가 아니라 심장이다"는 말처럼 한계에 부닥쳤을 때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놓는 것이 지도자의 자세다.
정말 예산이 부족하다고 하면 교육재정의 확충, 지방재정에 의존하는 복지 시스템 개선, 공명과세를 통한 재정건전성 유지 등 새로운 대안을 내놓고 정부와 국회와 국민을 설득해야 하지 않을까?

착한 정책을 '정쟁'으로 호도하는 나쁜 정치가 아니라 민생을 걱정하고, 대한민국이 나아갈 비전을 제시하고 생활정치를 실천하는 '좋은 정치'가 이제 대한민국 정치를 이끌고 가야 한다. 좋은 정치만이 국민을 행복하게 하고, 경제 규모 못지않게 자랑할만한 '좋은 사회'로 만들 수 있다. 아이들 밥상가지고 장난치는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한다.

/원혜영 국회의원 (민주·부천 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