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감독 지안프란코 로시의 다큐멘터리 '사크로(Sacro) GRA'(성스러운 도로)가 7일(현지시간) 폐막한 제70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경쟁부문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차지했다.
'사크로 GRA'는 이탈리아 수도 로마의 도시외곽순환도로 GRA 주변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응급구조원, 매춘부, 어부, 별난 귀족, 공영아파트 세입자 등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
베니스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가 황금사자상을 거머쥔 것은 이번이 최초다. 다큐멘터리는 올해 처음으로 메인 경쟁부문에 포함됐다.
또 주최국인 이탈리아 영화가 황금사자상을 차지한 것은 지난 1998년 지아니 아멜리오 감독의 '우리가 웃는 법'(The Way We Laughed) 이후 15년만의 일이다.
'사크로 GRA'를 촬영하기 위해 밴을 타고 3년간 길 위에서 보낸 로시 감독은 수상 직후 "다큐멘터리로 이렇게 중요한 상을 받게 될 줄 결코 예상하지 못했다"며 작품을 찍도록 독려해준 전처에게 감사를 표했다.
로시 감독은 특히 다큐멘터리가 다른 쟁쟁한 작품들을 제치고 최고상을 차지한 것에 대해 "수문이 열렸다"는 말로 다큐멘터리의 시대가 왔음을 기뻐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다음 달 열리는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부문에 '성스러운 도로'라는 제목으로 초청, 국내에도 소개될 예정이다.
올해 경쟁부문에는 '사크로 GRA'와 도널드 럼즈펠드 전 미국 국방장관의 이야기를 다룬 '언노운 노운'(The Unknown Known) 등 2편의 다큐멘터리를 포함해 총 20편의 작품이 경합을 벌였다.
한편, 베니스영화제 2등상에 해당하는 은사자상(감독상)은 '미스 바이올런스'(Miss Violence·폭력녀)를 연출한 그리스 알렉산드로스 아브라나스 감독에게 돌아갔다.
'미스 바이올런스'는 남우주연상(테미스 파노)도 수상했다. 여우주연상은 '어 스트리트 인 팔레르모'(A Street in Palermo·팔레르모의 결투)의 엘레나 코타가 받았다.
심사위원대상은 대만 차이밍량(蔡明亮) 감독의 '교유'(Stray Dogs·떠돌이 개), 신인배우상은 '조'(JOE)의 타이 쉐리던에게 각각 돌아갔다.
또 심사위원 특별상은 독일 필립 그로닝 감독의 '더 폴리스 오피서스 와이프'(The Police Officer's Wife)가 수상했고, 각본상은 '필로메나'(Philomena)의 스티븐 쿠건과 제프 포프가 받았다.
지난해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을 거머쥐었던 한국영화는 올해는 경쟁부문에 진출하지 못했다. 김 감독은 올해는 '뫼비우스'로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