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등 1571개 진행 사업 예산 줄줄이 끊길 판
추경안 의무사업비 4409억의 1/3 편성 '위기 징후'
11월 2차추경에는 지방채 발행 방침까지 세워
우선 직원들 급여 1천만원을 줘야 하고 보육료와 저소득층 등을 위한 복지비 6천500만원을 비롯해 학교 교육비로 4천500만원을 내야 한다.
결국 경기도씨가 순수하게 쓸 수 있는 돈은 813만7천원정도. 하지만 이 돈에서도 직원과 고객들의 문화시설을 위해 투자해야 하고, 나라에서 돌보지 못한 이웃도 도와야 한다. 또 사업체에 재 투자도 해야 한다.
하지만 요즘 가계부를 쳐다보면 걱정이 앞서 잠을 설칠 정도다. 이 상태로 가다간 가계가 파탄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든다. 직원 월급도 못 줬다는 인천씨의 전철을 밟게 되는 건 아닌지 두렵기까지 하다.
우선 작년에 올해 살림을 계획할 당시 당연히 나올 것으로 예상했던 보너스(순세계잉여금) 140만5천원이 나오지 않았다.
또 아이들 보육료와 소방분야 근무 직원 급여, 마을 다리인 장남교 건설비, 어려운 이웃을 위한 의료비 등에 쓸 돈 440만9천원이 없는 점을 발견했다.
우선 급한대로 160만원을 끌어다 놨다.(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그러나 31개 시군네와 교육청씨네 가정에 줘야 할 경비(시·군, 교육청 미전출 법정경비) 524만원도 깜빡 잊고 있다 뒤늦게 생각났다.
가계부에 포함돼 있어야 할 1천574만원의 돈이 없는 것이다. 경기도씨가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813만원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남편인 경기도의회씨는 이같은 사정을 알고 "가계부를 똑바로 쓰라"고 연일 소리쳐 둘의 관계가 서먹해졌다.
경기도씨의 고민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부동산 거래에 따른 일정 금액의 취득료가 중요한 소득원(부동산 취득세)인데 경기가 워낙 침체기이다 보니 목표액인 4천74만1천원의 절반 수준인 2천76만2천원 밖에 없다. 금고를 열었더니 절반이 텅 비어 있는 것이다.
더욱이 복지분야에 쓰는 돈은 최대 4배 가까이 늘었다. 2004년에는 일년에 410만원 정도만 지출하면 됐는데 지금은 1천552만원을 사용하고 있다. 돈은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데 복지지출은 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돈부터 손을 대야 한다. 이 813만원으로 1천571개의 일들을 처리하고 있는데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다. 올해야 겨우 넘어간다 해도 당장 내년이 더욱 걱정이다.
이 상태로 가다간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 오히려 마이너스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최대 마이너스 300만원으로 곤두박칠 친다.
결국 새로운 대출(지방채 발행) 계획을 세우고, 눈물나는 허리띠 줄이기(시간외 근무수당 삭감, 연가보상비 삭감) 등에 나섰다.
■ 빛 좋은 개살구, '경기도 재정 현황'
경기도씨 가계에 소개된 각종 수치에 10만을 곱하면 실제 경기도 재정 상황이다.
15조원대 거대 예산이지만, 법적으로 사용처가 정해진 법정경비를 제외하면 도가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가용재원은 전체 예산의 5.2%인 8천137억원에 불과하다.
┃그래픽Ⅰ 참조
12조5천424억원이 일반회계(지방자치단체의 고유 기능을 수행하는 예산회계·특별회계는 일반회계와는 별도의 세입세출 예산을 다룬다)다. 일반회계는 지난 2004년 7조3천779억원보다 42% 늘었다. '부자 경기도'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 일반회계 예산에 공무원 급여 1조원과 정부 복지사업 예산에 일정 수준을 보태는 매칭사업비 6조5천억원, 도가 시·군에 재정력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내려주는 재정보전금 2조2천194억원, 재난 상황에 대비한 예비비 3조원이 포함돼 있다.
결국 15조5천676원에서 도가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쥐꼬리(5.2%)인 셈이다. 도는 이 비법정경비이자 가용재원으로 도로건설과 문화제공, 경제살리기, 무상급식 관련사업 등을 모두 처리해야 한다.
문제는 내년이다. 내년도 일반회계에서 가용재원은 마이너스(-) 1천억~3천억원이 점쳐진다.
┃그래픽 Ⅱ참조
내년에도 경기침체 등에 따른 세금 수입 감소가 최소 3천억원에서 최대 5천억원 가량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학교용지분담금 등 법적으로 정해진 각종 부담금액도 3천800억원에 달한다.
벌써 올해 가용재원 규모를 넘어섰다. 여기에 추가로 2천300억원의 올해 세수 이월액까지 합쳐지면 마이너스 3천억원이다. 올해 가용재원으로 벌였던 1천571개의 자체 사업이 줄줄이 끊길 위기다.
2004년 가용재원은 올해 2배 수준인 1조6천467억원이었다.
이후 지금까지 소폭 오르기도 했으나 대체로 감소세를 보였다. 지방세 세수 현황은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했다. 일반회계만 쭉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도는 재정 파탄위기에 서 있다.
┃그래픽 Ⅲ 참조
■ 추경 예산안 보면 위기 보인다
현재의 어려운 재정 상황은 지난달 경기도가 경기도의회에 제출한 제1차 추가경정 예산안 내역을 보면 더욱 실감난다.
전체 5천676억원의 예산이 깎여 나갔는데 1천만원 이상 예산이 잘려 나간 사업만 380여개에 달한다. 도로건설 사업비부터 연구용역비, 공무원 초과근무수당 등 부지기수다.
돈이 얼마나 없으면 법적 또는 의무적으로 써야 하는 필수사업비 4천409억원의 3분의 1 가량만 편성했다.
다행히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 지원비 177억원은 편성됐지만 경기도교육청과 해묵은 갈등 요인이었던 학교용지분담금 721억원, 사정이 넉넉지 않은 자치단체에 지원해주는 시군 재정보전금 691억원 등 2천607억원은 빠졌다.
도 안에서는 "살림이 어렵다보니 '2할 자치'란 말이 더더욱 실감난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새나온다. 2할 자치란 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20%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 무상급식 관련 예산 삭감
도는 지난달 21일 "15년만에 처음"이라며 감액된 추경예산안을 편성했다. 앞서 내년도 무상급식 관련 예산 874억원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도 예산을 총괄하고 있는 김동근 기획조정실장은 당시 브리핑에서 "내년에 빚을 내더라도 도의 가용재원이 올해의 절반 수준인 3천억~4천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870억원의 무상급식 관련 예산을 내년에 다시 세울 경우 가용재원의 25%를 차지, 어쩔 수 없이 예산을 삭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의회 다수당인 민주당과 학부모·농민단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같은 거센 비난을 무릅쓸 만큼 도 재정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도가 밝힌 올해 재정 결함은 모두 1조5천740억원에 육박한다. 세부적으로는 지난 7월 취득세 감면 종료와 영구인하 방침에 따른 '거래절벽'으로 취득세 등 세수입이 당초 예상보다 4천500억원 줄었다.
또 전년도 순세계잉여금 발생을 예상해 미리 사용한 예산이 1천405억원에 달했고, 이자수입 결손은 197억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추경을 통해 반영해야 할 필수사업비 4천409억원도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11월 2차 추경에는 최후의 수단으로 지방채를 발행한다는 방침까지 세웠다. 결국 빚을 낸다는 것이다.
/김민욱·이경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