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가 극심한 재정난으로 인해 무상급식 예산을 삭감하면서 친환경 농축산물 지원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도내 한 초등학교에서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모습. /경인일보 DB
암·결핵등 건강지원사업·중증외상센터 예산 잇단 축소
공사 진행중인 도로 확포장사업도 깎여 16곳 중단 위기
무상급식도 '싹둑'… 음식질 저하·농민 소득감소 우려


재정 위기는 인천시에 먼저 찾아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6천여명의 직원에게 복리후생비 20억원을 제때 주지 못했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무리한 사업확장과 계획성 없는 예산 운영 때문이었다는 게 지방행정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인천시는 공무원 수당과 성과급 등을 깎고 산하기관의 몸집을 줄이는 등 피나는 노력에 나섰지만 사정은 녹록지 않다.

비단 인천시만의 얘기가 아니다. 경기도 역시 동시다발적으로 경고음이 나오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큰 틀에서는 극심한 경기침체로 소비가 얼어 붙으면서 주요 수입원인 취득세가 목표치를 훨씬 밑돌게 걷힌데다 새로운 복지사업들에 필요한 예산이 지방정부로 떠넘겨지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작은 틀에서는 1년 살림의 10% 수준인 1조5천억원대의 재정결함이 발생했다. 사용처는 정해져 있는데 돈이 없는 것이다. 이로 인해 주민생활과 밀접한 예산들이 줄줄이 잘려 나갔다.

■ 민생예산 '칼질'

화재진압부터 가뭄·수해 지원, 심지어는 동물 구조까지 주민생활과 밀접한 업무를 맡고 있는 소방안전센터의 건립이 비상이다.

지난 2006년 센터를 지을 부지를 매입해 놓고도 돈이 부족해 미뤄졌던 안산반월안전센터 건립예산 16억원이 또 잘렸기 때문이다.

고양화전안전센터와 부천내동안전센터를 짓는 예산도 줄줄이 삭감됐다. 안전센터가 들어서지 않으면 화재 초기진압이 어려워진다. 귀중한 인명과 막대한 재산 등의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도는 또 한 해 1천명 정도의 중증외상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중증외상센터 건립지원 예산 10억원을 삭감했다.

설계비 예산이라 삭감해도 큰 문제는 없다는 게 도의 설명이지만, 앞으로 2015년까지 총 200억여원의 예산을 쏟아부어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재정난을 감안하면 제때 건립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밖에 도민들의 건강문제와 직결된 폐암검진사업, 결핵관리사업, 취약계층 중장년 건강지원사업 등에 각각 수천만원의 예산이 줄어들었다.

■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추진 초비상

'증세 없는 복지' 논란의 불똥이 도내 'SOC 예산 초긴축 편성'으로 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SOC 사업은 도로와 하수도, 항만 등 공공을 위한 건설사업으로 주민생활과 직결된다.

실제 2004년 6월부터 추진 중인 평택 안중~조암간 12.55㎞ 구간은 10년 동안 사업비 2천200억원 가운데 950억여원(30%)밖에 투입되지 못했다. 예산이 제때 투입되지 않아 아직 완공계획도 정해져 있지 않은 실정이다.

평택항 물동량 처리를 위한 평택항~청북면 삼계리 지방도의 경우 평택시가 참여한 평택항~포승읍 홍원1리 구간은 4차선으로 확장했으나, 도가 추진하는 화성시 우정읍 이화리~평택 삼계리 도로는 확장이 안 돼 병목현상으로 큰 혼잡을 빚고 있다.

이번 추경에서 용인~포곡과 이천~홍천, 삼계~구문천 등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16곳에 대한 예산 195억원이 깎여 도로 확·포장 공사가 당장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더 큰 문제는 2차 추경에서도 반영될지 미지수다.

도 관계자는 "워낙 세수가 걷히지 않아 SOC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내년 예산 상황도 녹록지 않아 걱정이 태산"이라고 밝혔다.

■ 돈없어 국비도 못 받을 형편?

도는 이번 추경에서 세출예산 감액편성으로 인해 사상 처음으로 국비가 지원되는 의존재원사업 대부분에서 도비를 부담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의존재원사업 도비 미부담 규모는 199건에 707억원으로 하수처리장 확충, 생태하천 복원, 축사시설 현대화, 위험도로구조 개선, 환경성 질환 예방센터 건립, 자연재해 위험지구 정비 등 도민 생활과 밀접한 사업이 많다.

보통 국비:지방비 매칭 비율이 50(국비):25(도비):25(시군비)인 점을 감안하면 약 1천400억원, 실제로도 1천억원 이상의 국비를 반납할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도는 이들 사업에 대해 재정 여건이 호전될 경우 부담, 또는 상대적으로 세입 징수 상황이 나은 기초자치단체에서 부담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지만, 과거 '부자 동네'를 자처하던 경기도의 사정과는 말 그대로 격세지감인 셈이다.

■ 아이들 급식예산 '싹둑'

경기도의 올해 무상급식 관련 예산은 전체 874억원이다. 이 돈으로 일선 학교가 친환경, 무농약 급식 식자재를 구입할 수 있도록 차액을 지원해준다.

이 때문에 내년도에 무상급식 관련 예산을 삭감할 경우 당장 학교급식 질 저하와 농민 소득 감소가 우려된다. 하지만 도로서는 딜레마다. 깎자니 이 같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살리자니 쓸 수 있는 예산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현재 친환경농축산물 학교급식 지원으로 도내 944개 학교 학생 65만2천명과 442개 농가가 경기도 학교급식 예산의 혜택을 보고 있다.

/이경진·강기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