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원 3차장. 사진은 지난달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댓글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는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의 모습 /연합뉴스

이종명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이 '국정원 여직원 감금 사건'이 발생한 당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과 식사를 하고 이후 수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의 통화는 경찰의 허위 수사 결과 발표 직전 등에 이뤄져 김 전 청장의 사건 축소·은폐 지시에 국정원의 외압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서 검찰은 "이 전 국정원 3차장이 지난해 12월 11일 김 전 청장과 저녁 식사를 함께 한 데 이어 당일과 14일, 16일 등 총 3차례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11일은 민주당이 선거관리위원회에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를 신고한 날이다. 14일은 경찰이 김씨로부터 임의제출 받은 노트북 등의 분석 작업에 들어간 날, 16일은 경찰이 "김씨의 선거 개입 댓글 작성은 없었다"는 허위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한 날이었다.

검찰은 이 전 국정원 3차장이 원 전 원장에게서 전화로 상황을 전달 받고, 12월 11일 저녁 김 전 청장과 만난 자리에서 서울수서경찰서의 수사진행 상황을 물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검찰은 이날 이 전 국정원 3차장을 상대로 "경찰이 김씨를 현행범으로 수사하고 있는 것에 대한 국정원의 (부정적인)입장을 전달하려 했던 것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 전 국정원 3차장은 "3주 전에 약속을 잡았고 김 전 청장을 그날 처음 만났다"며 "11일과 14일 두 차례 통화는 여직원 감금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 전 국정원 3차장은 "김용판 전 청장이 국정조사나 특별검사까지 고려해야 하는 사건이라 철저히 수사를 하겠다고 했다"며 "우리 측 입장을 전달한 것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에 작년 12월 11~16일 원 전 원장을 포함한 국정원 직원, 경찰 관계자, 정치권 관계자 등 총 10명의 상호 통화기록을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이날 재판에서 이 전 국정원 3차장은 대북심리전단의 활동과 관련해 "종북 좌파의 국정 폄훼에 대한 국정원 대응과 야당에 대한 비판 여론을 (국민들이) 식별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 전 국정원 3차장은 다만 "종북 좌파의 선전·선동에 대응하는 것으로 이해했기 때문에 부하들을 질책할 생각은 없다"며 "정치 개입이라는 인식이 전혀 없었고 우리 스스로 안보 활동으로 봤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부

▲ 국정원 3차장. 사진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를 은폐, 축소하도록 지시하고 수사 방해한 혐의로 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모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