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추석대목 앞둔 농업인들
평소보다 두배이상 일손 필요
부족한 일손 구하느라 '초비상'
현재 농촌엔 젊은층은 없고
심각한 고령화로 인해
농촌경제 활성화에 큰 걸림돌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다가온다. 추석이면 차례상에 올릴 제수품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객지에 나간 자녀들도 고향으로 돌아와 부모형제나 이웃들과 정을 나눈다. 있는 집이나 없는 집이나 설레고 바쁜게 추석이다. 그래서 옛말에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하였고 '중추가절'이라 하여 민족 최대의 명절로 여겼다. 정겨운 추석 풍경이 점차 변질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벌초는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아웃소싱'시키고, 전화 한통으로 차례상을 세트로 주문시킨다. 부모님들에게는 용돈 몇십만원 송금해드리고 자신은 해외로 '추석이민' 여행을 떠난다. 변질된 추석세태를 보니 안타깝다.

추석인데도 귀향하는 사람이 준다고 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고달픈 도시직장 생활이 힘들어 며칠 푹 쉬고 싶을 수도 있다. 귀향하면 "직장이 무엇이냐, 결혼은 하였느냐" 등 사사로운 질문 때문에 고향가기 싫다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추석만큼은 귀향해서 귀농·귀촌 열풍도 현장에서 보고 오기를 권한다. 10년전만 해도 연간 800여 가구에 불과했던 귀농·귀촌 가구가 베이비붐 세대 은퇴와 맞물려 급증한다. 지난해 귀농·귀촌 가구는 사상 최대인 2만7천여 가구에 이르고 이중 귀촌가구도 1만6천여 가구이다. 특히 귀촌이 가장 많은 지역이 경기도로 6천600여 가구에 이르며 전체 귀촌가구의 42% 수준이다. 도심에 인접한 수도권이고 전원생활 여건도 좋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경기도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귀촌인력도 아직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는 40대나 50대이며 30대도 상당수에 이른다. 지난해 연간소득 1억원을 넘어선 농업인이 1만6천명이며, 10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린 농업인도 200여명에 이른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마케팅이 '억대 부농'을 양산하는 것이다. 귀촌 인력이 가진 다양한 경험과 아이디어를 농업부문에 접목한다면 경기도는 새로운 활력을 찾을 수 있다.

추석을 앞두고 농업인들은 일년 중 가장 바쁘나 일손 부족으로 애로가 많다. 추석 대목은 평소보다 두배 이상의 일손이 필요하다. 농가마다 평소보다 작업시간을 늘리거나 여기저기서 대체인력을 구하는 초비상이 걸린다. 농촌 일손 부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나 마땅한 해결방안이 없다. 20~30대 젊은 층이 계속 빠져나간지는 오래이며 농촌 고령화도 심각하다. 65세 이상 고령농가 비율은 1970년 3%에서 2010년 11%로 급증했다. 고령화로 인한 인력 부족이 농촌경제 활성화의 큰 걸림돌이다. 지금 농촌과 농업의 핵심인력은 여성인력이나 다문화 인력이다. 제3국 인력을 무작정 도입할 수도 없다. 안정적이지도 않고 체계적 관리도 어렵기 때문이다.

농촌 인력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에서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였으나 미흡했다. 전문기관을 통해 현장실습과 이론 교육을 체계적으로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부족 인력을 대체할 기계화를 대폭 확대해야한다. 맞춤형 농업인력을 육성하는 경기도의 최근 귀농정책이 눈길을 끈다. '농기계 콜센터'를 통해 전화 한통이면 농기계 임대가 가능하도록 한 것은 매우 창의적인 정책이다. 전문 농업경영인 육성을 위한 교육,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을 위한 융자지원 확대, 보육여건 개선, 출산 여성농업인을 위한 농가도우미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이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귀농·귀촌에 대한 인식개선이다. 도시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거나 도시생활에 실패해서 농촌으로 간다는 잘못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농경사회와 산업사회를 넘어 정보사회로 진입하고 있어 최첨단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이 광범위하게 농업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농작물을 이용한 건강 기능성식품이나 의약품, 신소재 등 고부가가치가 농산물에서 나온다. 새로운 인재의 농업 분야 유입으로 창의적 아이디어가 꽃을 피울 수 있다. 농업이 생산, 가공, 서비스를 융복합한 6차산업으로 변해가는 시대이다. 경기도에서 6차 산업으로 가는 '행복한 농촌'이 열매 맺기를 기대한다.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