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연구기법 GCT 방식 활용 위치정보 추적
LNG 포획 14마리중 암컷도 발견 '번식 증거'
"모니터링 지속 논문집필 계획… 문제는 예산"


매립돼 조성된 송도신도시에 또 하나의 생태계가 갖춰지고 있다는 점에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들도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매립된 곳에 조성된 생태계에 대한 연구 결과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향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동시에 초지 형태로 남아 있는 신도시 '매립지'의 생태계를 어느 정도까지는 보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너구리는 어디서 와서 어떻게 살고 있나

지난 3월 송도LNG기지에 너구리가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사람들의 가장 큰 궁금증은 '어디서 왔나'였다.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국립생물자원관은 너구리 행동권 연구에 GCT(GPS-CDMA based Telemetry) 방식을 활용했다. 위치정보를 전달하는 발신기를 야생동물에 부착해 이동경로를 추적하는 첨단 연구기법이다.

이를 통해 국립생물자원관은 너구리들이 청량산, 문학산 등에 살다가 송도 매립 직후 초지 상태일 때 송도국제도시를 건너 송도LNG기지까지 이동한 것으로 파악했다.

주요 이동 경로는 갯벌로 보고 있다. 썰물때 너구리가 갯벌을 따라 이동하다 송도LNG기지까지 왔다는 것이다.

송도LNG기지가 건립된 초기에 차량이 많이 다니지 않을 때 LNG진입도로를 따라서도 LNG기지로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송도LNG기지에서 포획된 너구리는 모두 14마리. 이 중에는 새끼를 낳은 것이 확인된 암컷 너구리도 있었다. 이곳에서 계속해 번식이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다. 실제로 새끼 너구리도 발견됐다.

이들의 배설물을 확인한 결과, 이들은 곤충류를 가장 많이 잡아먹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어류도 먹이로 삼고 있었다.

국립생물자원관 서문홍 연구사가 송도LNG기지 4지구 내 웅덩이에 그물을 던지자 붕어, 메기가 대량으로 잡히기도 했다.

서문홍 연구사는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논문을 쓸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이번 연구가 제한된 지역에서 어떻게 포유류가 생활하고,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알려주는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신기한 생태계와 우려, 그리고 과제

송도LNG기지와 송도신도시에서는 다양한 동식물 서식이 확인되기도 했다. 각종 곤충류, 청개구리, 들쥐, 메기, 붕어, 희귀식물 위성류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 때문에 국립생물자원관에서도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다. 서문홍 연구사는 "어디서 온 흙으로 매립을 했길래 이렇게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지 정말 궁금하다"고 했다.

주목되는 부분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조류가 서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재비 갈매기, 검은머리물떼새, 황조롱이, 저어새 등에 대해서는 보존대책도 필요한 상황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매립돼 개발이 진행되는 지역에 조성된 생태계에 대한 연구는 국내에서 제대로 이뤄진 사례가 없다.

하지만 송도신도시에 앞으로 개발계획이 있다는 점은 우려를 주고 있다. 송도신도시에 너구리가 살고 있는 초지에 건물이 들어설 계획이 있다.

너구리 서식이 확인된 송도LNG기지 4지구에는 한국가스공사가 LNG탱크와 기화송출설비를 증설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서문홍 연구사는 "너구리가 송도 전역에 서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적으로 올해로 끝나지 않고 계속 모니터링을 하고 싶다. 하지만 문제는 예산이다"며 "앞으로 송도에 어느정도 녹지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회색도시로 변해버리면 사람과의 조우도 잦아지고, 로드킬을 당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고 말했다.

/홍현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