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불용금액만 1조 '훌쩍'
민주당 방만 운영 '人災' 주장
의원들은 지역 민원 해결 열중
'의회는 뭐하고' 시민단체 일침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서민생활 안정 및 미래 대비투자 등을 위한 지출수요를 차질 없이 지원'
-경기도가 지난 2011년 11월 발행한 '2011~2015 중기지방재정계획'중 발췌.

경기도 중기지방재정계획에 소개된 재정 운용의 방향이 2년도 되지 않아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고 있다.

곳간이 비다 보니 어린이집을 다니는, 또는 다니지 않는 만 0~5세 영유아에게 지원하는 필수 비용 943억원을 준비하지 못했다.

마을 도로를 새로 놓아줄 예산은 2010년 3천560억원과 비교해 올해 1천453억원(41%)이나 잘려 나갔다.

도내에 투자를 희망하는 외국 기업의 민원창구로 역할중인 외투기업지원센터 지원비 역시 지난해 대비 41억원이 깎였다. 이쯤 되면, '서민생활의 불안정 및 미래를 대비한 칼질'로 인식된다.

■ 재정난의 책임은 경기도?

=경기도의회 민주당은 재정난의 원인을 방만한 예산운영에 따른 인재(人災)로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도의 1년 살림에서 드러난 문제 등을 정리한 '결산검사 의견서'를 보면, 여윳돈인 순세계잉여금이 처음으로 적자(1천396억원)로 돌아섰다.

지방자치단체의 재무회계규칙(제24조)상 수입이 감소되거나 감소우려가 있을 경우 씀씀이를 줄여야 하나 이를 방치한 것이다. 이 때문에 도의회에서는 "예산운영 시스템에 이상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실제보다 씀씀이를 크게 키웠다가 사용하지 않은 금액은 지난해에만 산림과, 투자진흥과 등 11개 부서에서 53억2천200여만원, 10개 산하기관에서 1조3천279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풍수, 가뭄 등에 써야 할 예비비 353억원을 직원 인건비로 사용했다 결산검사위원회에서 지적되기도 했다.

이 밖에 재정난에도 도내 몇몇 산하기관은 경영평가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또는 평가 결과가 낙제점 수준인데도 관행적으로 성과급을 지급했다. 지난 5년간 부적절하게 지출된 금액만 190억원에 이른다.

박용진(민·안양5) 도의원은 "도는 재정위기의 원인으로 늘어난 복지예산을 꼽는데 보건·여성가족 분야의 경우 도 부담 비율은 오히려 2.4% 줄었다"며 "재정난은 예산운영 시스템의 붕괴에 따른 인재"라고 주장했다.

■ 경기도의회는 공범?

=도의회 안팎에서는 도의회 역시 재정난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한다.

자신의 지역구 또는 동료의원 등을 위해 그동안 얼마나 예산을 끼워 넣었으면, 자정 성격의 일명 '쪽지예산' 방지 규칙이 제정되기까지 했다. 물론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았다.

상임위원회에서 특별히 삭감된 예산이 아니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깎거나 더할 수 있도록 했다. 상임위 예산을 재단하고 특정 동료의원을 위한 예산을 세울 수 있는 등 악용 소지가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 예결위원은 "여기저기서 자신의 지역구를 챙겨달라는 쪽지가 답지하는게 사실"이라며 "아예 컴퓨터 안에 '쪽지'란 폴더를 갖고 있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의원들은 자신들의 편의를 더한 예산 지키기에는 충실했다. 해외연수비를 6천만원가량 올리고, 편안한 잠자리를 위한 생활관 임차료 1억7천만원을 끼워 넣었다. 각종 연찬회 명목으로도 3천500만원이 더해졌다.

산하기관들의 출연금이 줄줄이 삭감되는 와중에도 경기개발연구원의 출연금은 17억7천만원이 늘었다. 의원들의 정책 보좌를 담당할 의정연구센터가 들어선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도의회는 지난 7년간의 방만한 예산운영이 지금 터진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그동안 도의회는 개점휴업이었다는 말이냐"라고 비꼬았다.

/김민욱·강기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