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하기관 출연금도 '폭증'
도의원 예산끼워넣기 한몫
전국에서 손꼽히는 '부자'였던 경기도가 어쩌다가 재정파탄 위기라는 지경에까지 빠지게 됐을까.
도 안팎에서는 여느 가정집 살림과 비유해 그 원인을 찾는다. 벌이는 신통치 않은데 씀씀이를 통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 탓에 경기도가 거둬들인 세금이 눈에 띄게 줄고, 정부의 선심성 복지정책으로 지출이 커진 게 직접적 원인이라지만, 도의 재정위기 책임을 외부적 요인으로만 돌리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살림살이를 직접 계획하고 꾸려나가는 '경기도'에 1차적 책임이 있다면, 이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경기도의회'는 2차 책임의 당사자다. 도 살림을 책임지는 양대 기관의 합작품인 것이다.
11일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도 살림은 2008년 8천499억원에서 2009년 1조256억원, 2012년에는 1조5천307억원의 적자를 보였다. 재정위기의 신호가 매년 이어진 것이다.
이 사이 전체 살림규모는 2008년 12조3천841억원에서 2012년 15조2천359억원으로 오히려 2조8천518억원(23%) 증가했다.
이처럼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도 재정이 근근이 버틸 수 있었던 건 세금 징수가 목표를 웃돌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에는 적자규모가 1천986억6천200만원으로 눈에 띄게 줄었다. 표 참조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여윳돈은 고사하고 세금이 목표액보다 3.1%(1천405억원)나 덜 걷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반드시 써야 할 돈도 누락돼 1조4천340억원이 구멍날 처지다. 재정위기 신호와 'PAYGO(번 만큼 쓴다·Pay as you go)원칙'을 무시한 결과다.
도가 자체 집계한 행사성 예산은 최근 5년간 542억5천만원이다. 한 해 평균 100억원이 넘는 돈이 보여주기 행사에 쏟아부어진 셈이다.
경기도의회에서 선심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경기국제보트쇼&세계요트대회(209억7천600만원)와 세계도자비엔날레(98억4천600만원), 평화통일마라톤(23억1천800만원), 군부대 위문공연(31억9천만원) 등이 대표적 사례다.
26개 산하기관에 퍼준 출연금도 최근 5년간 124%나 증가했다. 반면 투자성격인 출자금은 2009년부터 하락세를 보이다 급기야 지난해는 0원이었다.
과도한 출연금은 일부 산하기관에 성과급 잔치로 이어졌고, 기금 운영도 효율성에 끝없이 문제가 제기되곤 했다.
김상회 도의회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도의 재정위기는 무사 안일함이 낳은 예고된 인재"라며 "재정위기 경고가 곳곳에서 들려왔음에도 씀씀이는 물 쓰듯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의회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 해 살림계획을 짜기 전 세금 수입이 어느 정도 될지 따져보는 세수추계자문회의에는 총 13명 중 도의원이 5명이나 속해 있는데도 씀씀이를 제어하지 못했다.
여기에 예산을 짜거나 심의할 때에는 어김없이 도의원들의 지역구 사업이 담긴 '쪽지'가 등장한다.
경기도 관계자는 "(선거를 의식해)도와 협의도 없이 갑자기 자신의 지역구 도로예산 등을 늘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하소연했다.
/김민욱·강기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