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지어 주민생활과 밀접한 도로 건설비도 못낸다고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의 재정난은 전국민이 금 모으기 운동 등을 하며 이겨냈던 세계금융위기 일명 IMF사태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이런 경기도를 위해 각 분야별 전문가들은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다.
①증가하는 복지비에 따른 정부의 현실적인 지원의 필요성과 ②부자 시절을 기억하며 고치지 못했던 방만한 씀씀이의 개선 ③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말 주민들에게 필요한 예산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 그리고 ④참된 복지를 위한 재원의 마련과 세금 배분 등이다.
도의 재정위기 사태를 계기로 드러난 복잡한 실타래를 잘 풀어내면 이번과 같은 사태는 다시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단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 중 어디에 행정의 우선순위를 둬야할지는 또다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건전한 비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치적 논쟁은 위기극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선택과 집중' 통해 예산운영 개선을
김동근 경기도 기획조정실장은 "복지는 결코 일회성이 아니다. 도로야 한 번 건설하면 그걸로 끝이지만 복지비는 일단 단계를 올려놓으면 매년 늘어나는 개념"이라며 "이런 특성 때문에 내년 이후에도 경기도의 순수한 복지 부담은 매년 2천500억원씩 증가한다. 지금 이런 상황을 해결하지 않고는 경기도의 재정 상황을 지켜갈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재정이 벼랑 끝에 몰린 이유가 복지비 급증이라는 것이다.
김 실장은 재정난 극복을 위해 "집안 살림이 어려워지면 엄마는 식구들의 밥상을 줄이기 전에 일단 본인에 대한 지출부터 줄인다"며 "경기도 직원들도 수당을 줄이고, 모든 분야에서 30% 이상 예산 절감 및 '선택과 집중'을 통한 예산운영을 해나가고 있다"고 나름의 방책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도가 이처럼 단호한 의지를 밝힌 만큼 정부도 적극 나서야 한다며 ▲영유아 보육료의 국가부담비율을 당초 국가가 약속한 70% 수준으로 회복 ▲취득세 영구인하에 따른 지방정부 보전방안 조속 마련 ▲올 하반기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한 취득세 감면혜택의 소급적용 △소방에 관련한 국가 부담 증가 ▲교육재정교부금을 현재의 5%에서 3.5% 인하 등의 해법을 제시했다.

세금수입 정확한 예측 시스템 구축을
강득구 경기도의회 민주당 대표의원은 "벼랑 끝에 선 경기도의 재정 상황은 가계살림을 제대로 꾸려나가지 못한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인재(人災)"라고 규정했다.
강 대표의원은 재정난 극복을 위해 우선 세금 수입을 정확히 예측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그동안 도는 세금 수입을 크게 잡아 예산을 편성해온 전례가 있다.
세금 수입은 점점 줄어드는데 반해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안일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강 대표의원은 "김문수 도지사는 중앙정부를 상대로 도대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지않을 수 없다"며 "직접 뛴 것은 국회의원을 초청해 정책협의회를 단 두 차례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불황기에는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공공부문 사업의 지출을 늘리는 것이 경제 상식인데 도는 오히려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사업의 예산을 줄이고 있다"며 "공공부문은 경기가 좋지않을 때 오히려 지출을 늘려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곳간이 비었다면 경기활성화를 위해 빚을 내는 것(기채발행)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 삶의 질 높일 정책 우선순위 결정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럴 때일수록 정책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돼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도 복지 확대가 절실한 시점이지만, 지방재정의 현주소 역시 녹록지 않다는게 신 교수의 생각이다.
신 교수는 "돈은 없고 필요한 곳은 많은, 그야말로 딜레마"라고 지방재정의 현 상태를 진단했다.
그는 "결국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건 행정기관의 정책"이라며 "저마다의 사정이 있어 모두 필요한 사업이겠지만, 여건이 어려운 만큼 어디에 방점을 두는게 궁극적으로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수 있는지 고민한 후,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곳간이 꽉 차있을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음을 인지하고 무엇이 더 중요한지부터 먼저 생각해야 재정난이라는 숙제를 풀 길도 열린다는 얘기다.
한편 신 교수는 곳간이 텅빈 경기도가 내년도 급식지원비를 전액 삭감하겠다는 점에 대해 "그래도 보편적 복지로 나아가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부자에게도 공짜 점심을 줘야하냐'며 복지정책에 대한 보수적인 여론이 우세해지는 추세지만, 각종 사회적 양극화 해소의 시작점은 결국 복지라는 이유에서다.

세금 납부·배분방식 먼저 바로잡아야
경기도는 곳간이 텅 비어버린 이유로 복지비 증대를 꼽는다.
정부의 복지정책이 늘었지만 이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아 지자체가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았다는 것이다.
유럽 선진 복지모델의 세계적 권위자로 알려진 스웨덴 출신 스벤 호트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중앙과 지방간 복지비 부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세금을 거둬들이고, 배분하는 방식을 먼저 개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재원이 될 세금과 지방자치단체의 곳간으로 들어갈 세금의 규모 등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으면 국민들의 복지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것이다.
호트 교수는 "참된 복지를 위해서는 그에 따른 재원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세금을 거둬들이고 배분하는 체계가 제대로 돼있어야한다"며 "같은 어려움을 겪었던 스웨덴 역시 정부와 지자체간 거둬들이는 세금을 전방위로 정비하는 것부터 숙제를 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호트 교수는 복지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간 책임을 나누는 것도 답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웨덴의 경우, 교육과 보육 등은 각 지자체에서 담당하고 고용은 국가가 관할하는 식으로 복지에 대한 역할이 분담돼 있다.

취득세 등 지방세 보전 대책 세워야
한국지방세연구원 박상수 연구위원은 "취득세 문제를 푸는 것이 경기도의 재정난을 극복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의 곳간을 채우는 주요 재원인 취득세가 부동산 경기 침체를 막는 도구로 활용되는 일이 잦아지며, 지방재정에 탈이 났다는 것이다.
"취득세 등 거래세는 낮추고,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는 높이는 방식으로 부동산 세제가 정비돼야 할 때"라고 박 연구위원은 강조했다.
미국(100%)·일본(87.3%)·독일(69.2%) 등 전체 부동산세에서 보유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30% 수준에 불과하다.
부동산 세제에 대한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보유세를 높임으로써 복지재원 마련 등 지방재정의 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박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일방적인 취득세 인하로 지방재정에 악영향을 주고, 무상보육 확대 시행 등으로 지자체 부담을 더하는 정부 정책이 결국 경기도를 벼랑끝으로 몰았다"는 박 연구위원은 "지자체가 정상적으로 재정을 운용하려면, 취득세 등의 지방세 감소분을 보전해주기 위한 대책이 제대로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명수·김민욱·이경진·강기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