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레슬링 올림픽 정식종목 확정 관련 간담회'에서 대한레슬링협회 관계자들과 올림픽 메달리스트들, 현 국가대표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도쿄올림픽 정식 종목 자리를 획득, 최악의 위기를 벗어난 한국 레슬링이 이제는 '르네상스'를 향해 뛴다.

한국 레슬링 대표팀은 16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2013년 시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14년 만의 금메달에 도전한다.

역대 올림픽에서 11개의 금메달을 따낸 '효자종목'답게 한국 레슬링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통산 11개의 금메달과 은·동메달 21개씩을 따낸 강호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침체에 빠지면서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좀처럼 금맥을 잇지 못하고 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한국 선수는 1999년 터키 앙카라 대회의 김인섭(그레코로만형 58㎏급), 손상필(그레코로만형 69㎏급), 김우용(자유형 54㎏급) 이후 14년째 맥이 끊겼다.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김현우(삼성생명)의 우승으로 8년 만에 금맥을 이은 여세를 몰아 이번에는 시상대 꼭대기에 설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 레슬링은 올해 4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5명의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해 부활을 알렸다.

하계올림픽 핵심종목에서 탈락한 이후 세계적으로 개혁이 이뤄지면서 바뀐 규정도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레슬링인들의 중평이다.

국제레슬링연맹(FILA)이 바꾼 경기 규정은 3분 2회전의 총점제로 돌아가고 패시브제도를 수정한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경기 후반의 체력 싸움과 공격적인 경기 운영이 중요해졌다.

한국 레슬링은 오래전부터 타고난 체격과 근력이 좋은 유럽·중동 선수들과 맞설 무기로 강인한 체력을 강조해온 만큼 새 규칙 아래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

이달 4일부터 부다페스트에서 현지 적응 훈련을 진행해 온 대표팀의 안한봉 그레코로만형 감독도 "외국 선수들의 적은 훈련량을 직접 보면서 선수들 사이에서 자신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팀에서 가장 기대하는 선수는 단연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현우다.

런던올림픽에서 그레코로만형 66㎏급 정상에 오른 김현우는 74㎏급으로 한 체급을 올려 대회에 나선다.

보통 체급을 올린 선수는 그만큼 힘이 밀려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지만, 김현우는 새 체급에서도 빠르게 정상급의 기량을 갖추고 있어 주목된다.

올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최대 난적으로 꼽히는 이란의 알리자데 푸리나를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한레슬링협회의 한 관계자는 "한 체급을 올리고도 힘 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다"고 김현우의 기량을 귀띔했다.

그레코로만형 55㎏급에서 오랫동안 국내 최강의 자리를 지켜 온 최규진(조폐공사)도 기대를 걸 만하다.

특히 이 체급에서는 최강국 이란의 세대교체가 진행 중이라 틈새를 노려볼 만하다는 평가다.

올해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그레코로만형 60㎏급의 우승재(조폐공사)와 66㎏급 류한수(상무)도 좋은 성적을 올린다면 한국 레슬링은 신예의 발굴이라는 새로운 희망까지 얻을 수 있다.

안한봉 감독은 "올림픽 퇴출 위기에서 벗어난 분위기를 이어 한국 레슬링도 거듭날 힘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선수들이 똘똘 뭉쳤다"면서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레슬링은 반드시 부활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