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세 사람의 유전자가 섞인 아기가 태어나 생명윤리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내서도 같은 연구가 진행돼 연구대상여성 3명이 임신한 사실이 밝혀졌다.
9일 불임전문 의료법인 서울 마리아 산부인과에 따르면 이 병원 불임연구팀은 지난 98년 다른 부부의 수정란에서 핵을 제외한 세포질을 미세침으로 빼내 고령으로 임신이 잘 안되는 불임여성의 난자에 주입했으며, 시술받은 23명의 여성중에서 3명이 임신했다.
하지만 임신한 여성들은 모두 유산했다. 이 병원 불임연구팀은 이같은 임상결과를 지난 99년 대한산부인과학회와 지난해10월 미국생식의학회에 발표했다.
불임여성에게 세포질을 주입하는 것은 노화한 난자의 경우 세포질에서 에너지를생산하는 미토콘드라아가 나이가 들면서 기능이 떨어져 임신율이 낮기 때문에 건강한 세포질을 이식하면 임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이론에 따른 것이다.
임진호 마리아 산부인과 원장은 이와 관련 “미토콘드리아에는 핵의 유전자와는전혀 다른 소량의 유전자가 있으며 이 유전자는 소위 ‘변형’이라고 우려하는 인간형질에는 전혀 관계하지 않고 단지 개체발생을 돕는 역할만 할 뿐이다”며 “따라서 다른 사람의 난자를 받아 임신해야할 여성이 자기의 유전 형질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아이를 낳을 수 있는 방법으로 건강한 세포질을 이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많은 산모들이 걱정하는 다운증후군 아기 탄생도 미토콘드리아 기능이상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며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으로 인한 유전병의 대물림을예방하기 위해서도 세포질 이식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부모이외의 다른 사람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가 태아에 들어와 유전되면서 장기적으로 아기의 유전적인 발달에 어떤 유전적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것이다.
한편 세포질 주입으로 세명의 유전자가 혼합된 아기는 전세계적으로 현재 30명정도 태어났으며 이 가운데 두명의 혈액세포에서 부모 이외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가 섞여 있는 것으로 밝혀져 윤리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