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돈을 손해 봐서 불면이 시작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처음 며칠은 이 일이 분하고 경제적인 손실이 아까워서 잠을 못 잔다. 하지만, 이런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돈을 받은 다음에도 불면증이 지속되는 경우를 흔히 본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불면증을 만성화시키는 가장 흔한 요인은 불면증을 보상하기 위한 잘못된 행동들이다. 특히 못 잔 잠을 보상하기 위해 잠자리에 더 누워있는 행동은 불면증을 악화시킨다. 불면증환자들은 초저녁부터 잠을 청하거나 잠이 오지 않아도 누워 있거나, 술을 마시거나, 낮잠을 자는 등 잠을 자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은 결국 불면증을 더 악화시킨다. 잠은 나의 의지가 아닌 뇌가 조절하는 과정이다. 뇌 속에 위치한 잠을 조절하는 생체시계가 낮과 밤을 인식하고 수면과 각성을 조절한다. 따라서, 불면증환자의 시간이 안 맞는 생체시계를 다시 정확히 맞추기 위해서는 수면에 좋은 습관과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일단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습관화된 만성불면증인지 다른 정신질환에 이차적으로 오는 불면증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불면증을 유발하는 흔한 정신질환으로는 우울증, 불안장애, 알코올의존 등이 있고 이 경우에는 불면증 치료를 위해서 원인이 되는 정신질환의 치료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또한, 특정한 수면장애에 의한 불면증이나 난치성 만성불면증의 경우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수면다원검사를 받아야 한다.
다른 원인 질환이 없는 만성적 습관화된 불면증이라면 올바른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일단은 못 잔 다음에도 잠을 보충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기상시각과 취침시각을 일정하게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일정한 시각에 일어나고 깨어나는 일을 반복할 때에 일정한 수면 리듬이 형성되어 잘 시간이 되면 저절로 잠이 온다. 먼저 본인의 생활스케줄에 따라 기상시각을 정하고 이후 취침시각을 정하는데, 주의해야 할 것은 실제로 잘 수 있는 시간보다 더 길게 정하지 말아야 한다. 실제로 5시간밖에 못 자는 불면증환자라면 5시간30분 정도만 침대에 누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환자가 출근을 위해서 6시에 일어나야 한다면 밤 12시30분 이후에 잠자리에 누워야 한다. 또한, 잠을 자지 못할 때는 자려고 침대에서 버티지 말고 잠자리에서 나와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처음에는 큰 노력이 필요하고 단기적으로는 수면시간이 더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초반에는 고통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2~3주간의 노력으로 뜬 눈으로 지샐 무수한 밤들을 막을 수 있다면 해볼 만한 일일 것이다. 사실 이 과정을 혼자 수행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포기하게 되는 일이 잦다. 따라서, 불면증의 치료를 체계적이고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수면전문가와 상의하여 불면증에 대한 인지행동치료를 받는 것이 좋으며 70% 정도의 환자들은 성공적으로 치료된다.
또 요즘은 매우 안전하고 효과적인 수면제들이 개발되어 약물치료로도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수면제는 단기치료로 사용되어야 바람직하다. 전문의의 입장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비전문가로부터 수면제를 처방받아서 먹다가 습관이 되는 경우이다. 불면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정확한 원인파악과 치료를 위해서 수면전문가를 방문하기를 권한다.
/강승걸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