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불법 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여직원 김 모 씨가 지난 1월 4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수서경찰서에 들어서고 있다는 모습 /연합뉴스

'국가정보원 여직원 감금 사건'의 당사자인 김모(29)씨가 경찰 조사 당시 허위 진술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판에서 전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외부 조력자 이모씨를 작년 여름 처음 만났다고 말했으나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당시 김씨는 "이씨를 2012년 여름 지인 소개로 2~3번 만나 '오늘의 유머' 아이디 5개를 만들어줬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검찰 조사에서 "이씨를 2013년 1월 처음 만났다"고 번복했다.
 
국정원 여직원 김씨가 언급한 외부 조력자 이씨는 국정원 외부에서 고용돼 매달 300만원씩 받으면서 심리전단과 함께 사이버 활동을 한 인물이다. 
 
이에 검찰은 김씨를 상대로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추궁했다. 경찰 조사를 전후해 김씨가 자신의 상사와 변호사, 외부 조력자 이씨를 함께 만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씨는 "허위 진술을 하려고 논의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다만 경찰 조사에서 (상사인) 파트장의 존재를 숨기려고 사실과 다른 진술을 했다가 번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사이버 활동이 정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왜 파트장을 숨기려 했느냐"고 신문하자 김씨는 "수사 상황이 언론에 많이 노출돼 거짓말을 했다. 검찰 조사에서 사실 관계를 바로 잡으려 했다"고 밝혔다.
 
 
 
▲ 사진은 불법 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여직원 김 모 씨가 지난 1월 4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수서경찰서에 들어서고 있다는 모습 /연합뉴스

또한 이날 공판에서는 김씨가 작년 12월 11~13일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 안에서 민주당 관계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등과 대치하던 중 자신의 사이버 활동 흔적을 은폐하려한 사실이 공개됐다.
 
김씨는 작년 12월 13일 업무용 노트북을 경찰에 임의 제출하기 전 아이디와 닉네임 등이 적힌 텍스트 파일과 인터넷 접속 기록을 삭제한 뒤 '디스크 조각 모음'을 실행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수사기관이 김씨의 사이버 활동을 복원할 수 없게 됐으나 사건 당일 노트북이 자동 업데이트 되면서 복원 시점을 설정한 덕분에 극적으로 이를 되살릴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씨는 피고인인 원세훈 전 원장의 혐의를 부인하는 기존 입장을 대부분 되풀이했다. 김씨는 "(국정원 상부에서) 이슈 및 논지가 선정돼 내려오면 안보 활동이라 믿고 사이버 활동을 했다"며 "원장의 구체적인 지시는 없었으며 자세한 내용은 직원들이 알아서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씨는 오유 게시판 찬반 클릭에 관해서는 "효율적인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 작년 8~9월 파트장 지시에 따라 테스트 차원으로 해봤던 것"이라며 "11월 이후 찬반 클릭이 많아진 이유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음 공판은 30일 오전 10시에 진행된다. 국정원 여직원 김씨가 존재를 숨기려 한 파트장과 외부 조력자 이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