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배수 의정부시 부시장
지난 1977년 공무원으로 처음 임용됐을 때, 새마을운동이 한창 전개되고 있었다. '우리도 한 번 잘살아 보자'는 구호 아래 마을의 다수 주민의 편익을 위해 자신의 집 담장을 허물고 땅을 아무런 대가 없이 내놓았으며, 행정기관에서 지원하는 시멘트 등 자재를 이용하면서 마을 주민이 공동으로 모래와 자갈을 채취하고 콘크리트를 타설해 마을 안길과 농로를 넓히고 다듬고 마을회관을 지었다. 새마을문고도 만들고 새마을금고도 만들어 아직까지 운영되고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만들기'의 이념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30여년이 흐른 요즘 사회를 보면 물질적으로는 풍요롭다지만 정신적으로는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해 사회의 이웃을 배려하지 않는 사조가 확산되고 이에 따른 대립과 갈등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개인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공동주택이 대량 보급되면서 이웃과 교류가 단절돼 층간 소음, 방수 불량, 복도에의 적치 등으로 인한 갈등이 심화되고 심지어 다투고 방화하며 상해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것들은 나만을 생각하고 이웃을 생각하지 않으며, 이웃과 소통하려 하지 않고, 교류를 끊은 탓이다. 평소에 화목하게 지냈다면 대화와 양보로 얼마든지 풀 수 있는 일인 것이다.

의정부시에서는 지난 4월부터 민원친절운동의 일환으로 '가족처럼' 운동을 시작했다. 공무원들로 하여금 시청을 찾는 민원인들을 내 가족처럼 대하자는 것이다. 노란색 바탕에 검은색으로 '가족처럼'이라는 구호와 스마일 디자인을 가미한 배지를 만들어 가슴에 부착하고 민원인을 대함으로써 공무원들이 마음가짐을 가다듬고 민원인을 내 가족처럼 따듯하게 맞이하고 대화하며 민원을 처리하자는 것이다.

의정부시에서는 지역경제와 지역사회의 문제 해결을 위해 이를 범시민운동으로 확대했다. 기업인은 종업원을 가족처럼, 접객업소에서는 고객을 가족처럼, 지역사회에서는 이웃을 가족처럼 대하자는 것이다.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진 생산성을 극복하기 위해 노사문제를 해결하고,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접객업소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며, 공동체 의식이 부족하여 발생하는 지방자치의 위기를 극복하자는 취지를 갖고 있다. 적지 않은 시민들이 공감을 하며 동참하고 있다.

'가족처럼' 운동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인사들이 배지의 바탕색이 특정 정당을 연상하게 한다며 지방선거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했다. 디자인에 있어 보색효과를 감안할 때 가장 눈에 잘 띄는 색의 조합이라는 점을 무시하고,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러한 비판은 공동체 의식 제고가 필요한 시대적 과제인 공동체 회복 운동의 추진 의지를 약화시키는 행위라 아니 할 수 없다.
연초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국민대통합'을 주요 정책목표로 내세우고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하고 국민대통합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개인 이기주의가 확산돼 각종 사회 문제를 양산하고 있는 이때에 꼭 필요한 정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면서 필자는 1970년대의 새마을운동과 같이 국민통합 운동의 일환으로 '가족처럼' 시민운동을 범국민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배수 의정부시 부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