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심한 구타 사례 많아
배우자 가해하는 경우 다수
인천 모자살해사건과 같은 충격적인 범죄를 꼽지 않더라도 우리네 가정은 크고 작은 반인륜범죄가 심각할 정도로 많다. 이에 따라 가정해체로 이어지는 일이 빈번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 가정내 폭력·불신 심각
지난해부터 인천·경기지역 가정폭력상담소 56곳에 접수된 상담사례 가운데는 심각한 수준의 폭력이 오랜 기간 이뤄진 경우가 많았다.
인천 서구에 거주하는 A(52·여)씨는 30년 이상 남편 B(55)씨의 폭행에 시달렸다. 아내 A씨가 벌어오는 돈을 생활비로 쓰고, B씨는 자신의 수입은 전부 주식투자에 썼다.
개인적인 용도로 돈을 쓰려면 남편은 폭행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며느리와 손자가 보는 앞에서도 심한 욕설과 폭행을 서슴지 않았다.
남구에 사는 50대 여성 C씨는 최근 남편의 폭력으로 갈비뼈 3개가 골절돼 병원에 입원까지 했다. 10년 전부터 이어진 남편의 폭력이 정도가 심해진 것이다.
부부간의 불신도 문제다. 지난 5월 경기도 수원에선 남편과 동료 여직원이 불륜 관계라고 의심한 한 주부가 남편의 회사로 찾아가 흉기를 휘두르며 난동을 부리다 경찰에 붙잡혔다.
■ 늘어만 가는 가정폭력
가정내 폭력에 대한 상담 건수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인천시가 집계한 올해 상반기 가정폭력으로 상담한 건수는 2천958건으로, 2012년 한햇동안 집계된 4천885건보다 크게 늘어났다.
경기지역은 9천416건으로 집계돼 지난 한햇동안의 1만8천359건보다 다소 늘었다.
가정 폭력의 유형이나 가해자도 다양하다.
인천시여성단체협의회부설 가정폭력상담소(이하 인천상담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가정폭력 피해로 상담을 받은 전체 235명 가운데 신체적 폭력을 당한 경우가 164명, 정서적 학대 52명, 경제적 학대 12명, 성적학대가 5명이었다.
가정폭력 가해자는 전체 181명 가운데 배우자가 132명, 직계존속 23명, 직계비속 10명 순이었다.
■ 가정해체, 가족 질서의 붕괴
가정 폭력에 따른 갈등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해결 방안을 찾다가 결국 가정 해체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
인천상담소는 최근 상담한 10명중 4~5명은 이혼을 결정한 상황에서 이혼 소송을 위한 가정폭력피해사실 확인서를 받기 위해 이 곳을 찾는다고 말한다.
특히 인천은 해체 가정의 비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통계청의 '2012 혼인·이혼통계'를 보면 인천의 조이혼율(인구 1천명당 이혼건수)은 2.6건으로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다. 이혼건수는 경기도가 24.9%로 전국 최고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가족에 대한 전통적 가치관은 무조건적인 사랑과 이해를 미덕으로 삼는 것인데 이런 가치관이 변하고 있다"며 "외환위기 등을 겪으며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는 가정이 늘어나고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해체되는 가정도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했다.
/홍현기·강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