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팅보다는 컴퓨터 채팅을 하죠. 때문에 술집이나 당구장보다는 PC방
을 주로 찾고요. 정치요? 관심없어요. 어떻게든 취업할 구석이나 알아봐야
죠.”
n세대 대학생 K(21·경기대 경영학부 3년)씨의 솔직 대담한 말은 2000년
대를 살고 있는 대학생들의 의식의 단면을 한마디로 표현하고 있다.
해방이후 격동의 소용돌이 속에서 항상 변화와 개혁의 한 가운데에 위치
하며 중심역할을 해온 대학생들의 인식과 행태가 급격한 속도로 변해가고
있다.
n세대 대학생들은 자유분방하고 개성이 강하다.
반면 공동체와 정치엔 무관심해 비판적 지식탐구와 실천을 추구하던 과
거 대학생들과는 사뭇 다르다.
시대의 변화와 흐름을 주도해온 대학생들이 진보주의로부터 개인주의, 보
신주의로 변질되며 대학이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과 함께
이같은 인식변화 이면에는 인터넷과 휴대폰이라는 문화적 배경과 맥을 같이
하고 있고 특히 수년째 계속되는 최악의 취업난도 주요 원인을 제공하고 있
다는 이해적 시각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정치엔 무관심=정치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NO'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학생회 활동에도 별 관심이 없다. 경기대는 올해 아예 총학생회가 꾸려지
지 않았고 동남보건대는 비상대책위 체제로 가고 있다. 경희대 수원캠퍼스
도 여러차례의 진통끝에 지난 5월 25일에야 가까스로 학생회 출범식을 가졌
다.
등록금투쟁등 학내문제에 있어서도 수업거부 등의 집단행동에 동참하는
학생이 적다.
J(22·아주대 경영학부3년)씨는 “친구들과 얘기도중 정치나 사회이야기
를 꺼내면 당장 분위기가 썰렁해진다”며 “학생회 활동도 줄곧 지켜봤지
만 대부분의 운동권 학생은 자기생각을 갖고 있기보다는 분위기에 휩쓸려
시위에 참가하는 경향이 짖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개인주의 문화와 PC열풍=최근 대학가에서 당구장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호프집과 주점도 눈에 띄게 줄었다. 대신 곳곳에 쉽게 찾을 수
있는 PC방은 대학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아주대 김성훈(21·정보통신공학부 3년)씨는 “선배들이나 친구들이 미팅
을 주선하는 경우가 별로 없고 술자리를 찾는 학생들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
다”며 “대부분이 남는 시간을 게임이나 채팅을 위해 PC방에서 보내고 있
다”고 말했다.
이같은 개인주의 풍조를 반영하듯 대학 동아리도 영어나 컴퓨터, 마케팅
등 실용적 동아리나 요트, 사격 등 고급동아리 몇몇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운영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학교마다 전통있는 동아리로 자리매김돼온 탈춤동아리와 민중가요 동아
리, 학술동아리 등은 신입생이 3~4명에 그쳐 기존 회원들로만 운영되는 곳
이 대부분이다.
수원대 탈춤동아리의 한 학생은 “동아리 활동을 하면 동아리의 규칙을
따라야 하고 그런 조직 생활에 묶이는 게 싫어 동아리에 가입하지 않는 학
생이 늘고 있다”며 “요즘 대학생들의 온통 관심사는 컴퓨터와 영어, 그리
고 댄스와 대중가요 등 대중문화뿐”이라고 전하고 있다.
▲돈, 취업과의 전쟁=70년대의 대학생들이 4년내내 시대를 한탄하며 시위
에 참여하다 졸업을 앞두고 당연히 취직이 됐던 시대라면 80년대는 1, 2학
년때 학생운동에 참여하고 3, 4학년때 취업준비를 하는 양상이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이후 대학생들의 취업 강박관은 1학년때부터 시작된
다. 강의내용이 어렵거나 학점따기 어려운 과목은 학생들로부터 외면을 받
지만 영어나 컴퓨터처럼 취업에 도움이 되는 과목은 수강신청때부터 치열
한 경쟁이 시작된다.
수원대 김정수(22)씨는 “영어회화나 인터넷 활용과 관련된 인기과목은
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며 “대학이 거대한 취업준비 학원으로 변질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취업전쟁뿐 아니라 벤처창업과 주식투자 등 신자유주의 열풍도 한창이
다. 경기대 L(26)씨는 “주식을 하다 800만원을 날리면서 벤처창업에 관심
을 갖게 됐다”며 “좋은 아이디어로 '대박' 한번 터뜨리는 것이 꿈”이라
고 자신의 목표를 피력했다.
경제력과 취업에 대한 집착은 부모의존적이었던 과거에 비해 상당히 독립
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강동섭(27·경기대 행정4년)씨는 “주변의 70%이상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등록금도 대폭 올라 부담이 되는데다 아르바이트
가 일반화돼 '재벌 2세'소리 안들으려면 각자 돈을 벌어 생활해야 한다”
고 변화된 세태를 설명했다.
n세대 '내 멋대로 살아갑니다'
입력 2001-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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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6-11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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