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적관수 시설로 가뭄을 극복한 오하농원 대표 이종상씨가 포도 순따기를 하고 있다. /김종택기자·jongtaek@kyeongin.com
 “10여년동안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던 점적관수(點滴灌水) 시설이 우리를
살렸어요.”
 안성시 서운면 신능리 구릉지에 자리잡은 1만여평 재배면적의 포도농장
인 오하농장(대표·이종원).
 포도밭 주변에 있는 벼와 밭작물들은 긴 가뭄에 타들어가고 있지만 보기
에도 탐스런 포도송이들을 주렁주렁 매단 채 익어가는 농장모습을 보며 이
씨는 그나마 위안을 삼고 있다.
 이씨는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닦는 것도 잊은 채 포도나무에 넝쿨을 따
라 길게 늘어져 있는 점적관수 시설을 바라보며 포도나무 밑둥이 촉촉할 정
도로 물을 주고 있다.
 “점적관수시설이 없었다는 생각만 하면 아찔해요.” 이씨는 10년전을 문
득 떠올리며 몸을 움츠렸다.
 큰 가뭄걱정 없이 40년동안 포도를 재배해온 이씨가 가뭄에 대비해 포도
넝쿨 위로 관을 길게 늘어뜨려 물방울 형태로 물을 주는 점적관수 시설을
500여만원을 들여 설치했을 때만해도 헛돈 나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지
만 사상최악의 이번 가뭄에 이 시설이 자신을 살릴 줄은 전혀 몰랐다.
 “발아기를 거쳐 잎이 나오고 열매가 결실되는 때까지 비한방울 오지 않
아 1년 농사 다 망치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속에 가슴을 졸이다 그동안 방치
해온 점적관수 시설을 가동했어요.”
 포도의 생장발육에 필요한 물공급이 안돼 발아를 못하던 새순에서 포도알
이 맺혀지는 순간, 이씨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점적관수의 위력은 배와 복숭아 농장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됐다.
 안성시 공도읍 마정리에서 3천여평의 배 재배면적을 소유하고 있는 호성
농원 대표 윤영기씨(65).
 35년간의 배농사 경력을 자랑하는 윤씨지만 “지난 1월 우박 등 동해(冬
害)를 입어 발아율이 예년에 비해 30%이상 떨어져 걱정이 태산인 가운데 가
뭄까지 겹쳐 밤잠을 설쳤다”며 “10여년동안 거의 사용하지 않던 점적관
수 시설덕에 오히려 당도(糖度) 높은 배를 지난해 수준만큼은 수확할 수 있
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