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철 경제부 차장
시멘트와 제과 부문을 주축으로 한때 재계서열 5위까지 올랐던 동양그룹의 붕괴는 한순간이었다.

지난 1일 동양네트웍스와 동양시멘트에 대한 법정관리(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하면서 동양그룹 계열사 5곳의 기업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잇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동양증권을 통해 계열사 기업어음(CP)이나 회사채를 사들인 투자자들이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동양그룹 계열사의 CP 및 회사채 발행은 부실 저축은행의 '후순위채 발행'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동양그룹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후 금융감독원에 설치된 불완전판매 신고센터에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투자자 대부분은 증권사 직원의 권유로 상품에 가입했으며 위험성에 대한 설명은 전혀 듣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식회사 동양이 발행한 회사채와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이 발행한 기업어음을 구매한 개인투자자는 4만여명으로 그 금액이 1조2천억여원에 달한다고 한다.

동양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알려지기 시작한 이후 동양증권 각 지점을 통해 '뱅크런'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회사채 투자 회수금액이 어느정도나 될 것인지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법정관리에 돌입한 기업의 회사채 투자 회수율은 약 10%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100만원의 회사채를 갖고 있다면 불과 10만원만 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투자 자금의 지급시기와 지급금액은 향후 기업회생절차에 따른 법원의 결정에 의해 정해지므로 지금 당장 손에 쥘 수도 없는 노릇이다. 동양그룹의 위기는 현 회장 일가의 무리한 사업 확장과 구조조정 실패 등 경영 능력 부재로 촉발됐다. 그러나 사태를 이 지경까지 키운건 금융당국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다. 그간 동양증권이 계열사 CP와 회사채를 마구 찍어내는 동안 금융당국이 제대로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동양그룹과 동양증권, 금융당국 모두가 이번 사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데 대한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이며 부도덕한 기업 경영에 대한 엄중한 처벌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룹의 몸집 불리기에만 혈안이 된 재벌가들은 개인 투자자들의 경제적 피해는 눈곱만큼도 관심없었을 테고 이로 인해 입은 피해에 대해서도 어떠한 방법으로든 책임지려고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이번 사태로 재벌그룹에 대한 불신이 한겹 더 쌓이는 결과를 낳았고 가뜩이나 경기 불황에 허덕이는 서민들의 숨통을 조이는 악덕한 짓을 저지른 것이다.

정부는 또다시 이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함께 재벌그룹의 윤리 경영을 확산시키기 위한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성철 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