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를 배치하고 음향을 체크하는 와중에 별안간 조명이 어두워지더니 곧이어 밝아졌다. 이내 무대가 파란색 빨간색으로 물들었다. 별모양 조명이 무대를 수놓는가 하면 번쩍번쩍거리며 흥겨운(?)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 시간 객석 뒤쪽에 숨어있는 조명실에서는 조명감독이 20명의 방문객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좁은 공간을 꽉 채운 방문객의 눈은 조명감독의 손에 고정돼 있었다.
그는 예의 무대만큼이나 현란한 손동작으로 다양한 조명기술을 선보였다. 무대의 조명이 바뀔 때마다 방문객들의 입에서는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예술단페스티벌의 야심찬 프로그램 중 하나인 '오픈하우스-관계자외 출입금지' 참가자 20여명은 이날 공연 리허설 장면을 비롯해 조명실, 음향실, 영상실, 악기실, 분장실 등 무대 뒷공간과 갤러리, 사무공간과 사장실까지, 경기도문화의전당 내부를 샅샅이 탐색했다.
대당 2억원이 넘는 그랜드피아노를 직접 연주해 보기도하고, 유압사다리를 타고 10m가 넘는 무대 천장까지 구경하며 무대에 더 가까워지고 공연을 더 이해하게 되는 기회를 가졌다.
평소 관객이 없는 시간에도 공연장 곳곳에서 무대를 준비하는 숨은 일꾼들과 관객이 만나는 시간이기도 했다.
무대감독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무대 전문가들은 오픈하우스 참가자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각 장소의 기능과 역할을 친절하게 설명했다.
백기범 조명조정실 실장은 "2004년부터 10년 가까이 일하는 동안 조명실에 이렇게 많은 손님이 찾아온 것은 처음"이라며 "무대와 공연을 새롭게 보게되는 계기가 될 것 같고, 오늘 경험이 씨앗이 돼 이들 중 어느 누군가 훗날 전당에서 일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한 김정진씨는 "그동안 공연을 보면서도 준비과정이나 스태프에 대해서는 생각을 못했는데, 보이는 부분 못지않게 뒤에서 고생하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며 "공연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고 아이들과 공연을 보는 일이 더 즐거워질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당 관계자는 "공연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춰 스태프들이 다니는 동선으로 코스를 정했다"며 "시설이 오래되기도 하고 관객 편의와는 거리가 먼 장소들이라 불편해 하실까봐 걱정도 했지만 관객들이 공연을 보는 것 이상으로 관심을 갖고 즐겁게 관람해서 기쁘다"고 전했다.
/민정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