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인천지역 지방신문사들은 일제히 1면 톱기사로 인천항이 배제된 이유 등 정치논리에 의한 정부의 투포트 정책을 연일 비판했다. 이에 당시 해양수산부 장·차관이 연이어 인천을 방문해 해명에 나섰고, 인천항에 대한 발전계획 등을 내세우며 민심달래기에 나섰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갔다. 들끓을 것으로 예상됐던 인천민심은 조용했다. 이런 표현은 쓰고 싶지 않지만 말 그대로 인천항만과 언론만 호들갑을 떤 모양새가 됐다. 그래서인지 정부의 투포트 정책은 큰 무리없이 추진됐다. 만약 당시 광양항이 배제됐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며 한목소리로 정부 정책을 비판했을 것이다.
갑작스레 2005년 당시를 떠올린 것은 최근 이와 비슷한 일이 경기도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전국철도사업 예산을 반영하면서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를 비롯해 인덕원~수원, 월곶~판교 등 수도권 철도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여론이 들끓고 일어나야 하는데 조용하다. 또 지방신문사와 경기도만 호들갑이다.
하지만 당시와 다른 점이 있다. 당시 지역색이라는 정치논리에 의해 결정됐지만 이번에는 정치권이 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하다 발생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경기도는 정부의 철도사업 예산이 매년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정치권에 SOS를 요청했다. 하지만 그들은 'GTX로 인한 재정부담이 일반 철도에 영향을 주고있다', '도가 GTX에만 올인한다'며 오히려 경기도를 나무랐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지역구 철도사업 예산을 우선 배정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다같이 먹을 수 있는 큰 그릇은 놔둔 채 자기 앞에 놓인 작은 밥그릇에만 목맨 것이다.
정부는 아마도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그러면서 GTX는 물론 정치권이 개별적으로 요구했던 일반 철도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해버렸다. 한목소리를 내도 예산 반영이 될까말까 하는 상황에서 각개전투를 벌였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 아닌가. 제 밥그릇도 제대로 못 찾아 먹었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이대로 정부예산안이 확정되면 GTX는 물론 수도권 철도사업은 지연이 불가피해진다. 이제는 한목소리를 낼 때다. 이번에야말로 제 밥그릇 챙기기의 진수(?)를 보여줘야 할 때인 것이다. 정치권의 향후 행보에 경기도민의 눈이 쏠리는 이유다.
/임명수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