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 가뭄끝에 해갈에는 부족하지만 단비가 흩뿌리는 가운데 13일 화성시 남양동 한 논에서 모판을 들고 선 농부가 비오는 하늘을 쳐다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임열수기자·pplys@kyeongin.com
아쉽지만 비가 내렸다.
13일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 모처럼의 단비가 내려 지리한
가뭄속에 타들어 가던 농심을 적셔 주었다. 그러나 포천과 동두천 등 북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강우량이 너무 적은데다 14일에도 극히 적은 량
의 비만 뿌릴 것으로 예상돼 빗줄기를 갈망해 온 농민들에게 아쉬움을 안겨
주고 있다.
12일 오후부터 13일 오후까지 북부지역에서는 포천 39㎜, 동두천 36㎜, 양
주 34㎜, 가평 29㎜ 등 비교적 많은 비가 내려 해갈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됐
다. 하지만 남부지역은 평택 2㎜, 안성 1㎜, 수원 0.5㎜ 등 감질나는 '맛보
기 비'만 내려 갈라진 농가의 목을 축이는데 턱없이 부족했다.
도내에서 가장 많은 비가 내린 포천지역도 화현면과 내촌면이 각각 65㎜,
43㎜의 강우량을 보인 반면 관인면과 가산면 등은 10㎜ 안팎에 그치는 등
지역별로 편차가 컸다.
특히 수원과 화성 등 남부지역의 경우 대부분 2㎜ 이하의 적은 비로 '먼지
만 적시는' 수준에 그쳤다.
안타까움 속에서도 그나마 비다운 비가 내린 북부지역 농민들은 논물을 가
두고 말라죽은 밭작물을 재파종 하는 등 바쁜 일손을 움직였고 일부 논에서
는 농민들이 오랜만에 환한 얼굴로 때늦은 모내기를 하기도 했다.
적은비가 내리거나 아예 비구경을 못한 지역 주민들도 아쉬움을 달래며 한
방울의 물이라도 끌어쓰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농민들의 표정도 강우량 만큼이나 차이를 보였다.
포천군 일동면 사직4리 주민들은 “3개월만에 비가 내려 동네 80여가구 주
민들이 저녁밥을 굶으며 논밭일을 했다”고 즐거워한 반면 화성시 정남면
의 농민 최병서(49)씨는 “하루종일 시원한 비소식을 기다렸는데 애간장만
녹이다 말았다”며 실망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