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에서 놀라운 연기로 주목받고 있는 배우 여진구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쏟아지는 극찬 속 지인들 20% 부족하단 말에 공감
김윤석 등 놀라운 선배들과 함께하며 많이 배워…
관객에 당당하기 위해 모든 걸 넣은 작품 하고싶어


여진구(16)가 영화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로 스크린에 섰다. 영화는 제목 그대로 괴물을 삼킨 소년 '화이'의 이야기다.

만 열여섯 살 소년이 연기하기에는 쉽지 않은 역할이지만, 언론 시사회 이후 여진구의 연기에 상찬이 쏟아지고 있다. '괴물 같은 연기'라는 평까지 나온다.

"사실 영화를 아직 못 봐서 제 연기가 어떻게 보일지 잘 모르겠어요. 호평을 해주시는 건 우선 정말 감사해요. 많이 불안한 상태인데, 좋은 평들을 해주셔서 조금 마음이 놓였죠. 그렇지만, 부모님이나 매니저 같은 분들은 '20% 아쉽다'는 지적을 하시고 저도 인정합니다. 후반 녹음 작업할 때 보니 몇 군데 눈에 띄게 아쉬운 부분이 있었죠."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뒤 자신을 키운 아버지들에게 복수하는 소년의 이야기는 어둡고 잔인한 부분이 적지 않다. 어린 나이에 이해하기에는 복잡하고 철학적인 주제도 녹아 있다.

"오디션을 볼 때 오디션용으로 부분만 담긴 대본을 접했어요. 이건 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아빠와 아들간에 이렇게 팽팽할까 했는데, 배신감이나 분노로만 연기하긴 어렵더라고요.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몰라서 오디션 현장에서 감독님께 여쭤봤더니 그냥 느낌대로 해보라고 하셨어요. 다행히 며칠 뒤에 대본 전체를 주면서 읽어보라고 하셨어요."

'화이'란 인물은 촬영을 다 끝낸 지금도 어렵게만 느껴진다고 했다.

"처음엔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뒤의 복수심으로만 생각했는데, 두 번째 읽었을 땐 또 다른 느낌이더라고요. 뭔가 얽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게 잘 모르겠는 거예요. 현장에서도 감정이 시도 때도 없이 바뀌어서 이번엔 약간 슬픔을 더할까, 이번엔 복수심을 더할까 헷갈렸고 같은 장면을 다양한 감정으로 여러 번 찍기도 했어요. 마지막 즈음에 가서야 화이를 조금 알게 된 것 같아요."

이번에 함께 한 장준환 감독을 비롯해 김윤석, 조진웅 등 선배 배우들은 그에게 큰 자극을 줬다고 했다.

"감독님은 정말 놀라운 분이셨어요. 특히 괴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많이 고민했는데, 감독님이 표현력이 엄청난 분이셔서 하나씩 얘기를 꺼낼 때마다 과연 또 어떤 얘기가 나올까 기대감이 들었어요. 내가 생각한 이외의 것들이 나오니까 신기했고요. 이번 영화는 유별나게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하며 찍은 작품이에요."

극중 여진구는 어린 나이에도 전혀 주눅이 들지 않고 김윤석의 카리스마에 맞서 팽팽하게 부딪친다.

"김윤석 선배님이 캐스팅됐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어요. 평소에 엄청나게 존경하던 선배님들과 같이 영화를 찍게 된다는 걸 알고 많이 놀랐죠. 그래서 연기할 때 처음에는 긴장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외모에서부터 카리스마가 넘치시고 연기하실 때 눈빛이 너무 냉철하고 차가워서 내가 아버지(김윤석) 옆에서 제대로 연기할 수 있을까 걱정했죠. 그런데, '액션' 소리가 나는 순간 몰입력이 대단하신 분이어서 저도 같이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김윤석 선배님을 포함해 다른 아버지들(배우들)한테 많이 배웠어요."

아역에서 성인 배우로 성장하는 과도기에 있는 지금, 그의 가장 큰 고민은 뭘까.

"'화이'에서 부족했던 20%를 앞으로 많이 채워나가고 싶어요. 큰 욕심일 수도 있는데, 관객에게 이 작품만큼은 추천해 드릴 수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만큼 내 모든 걸 넣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그게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경험을 많이 쌓아야 되겠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