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해와 혼란 야기 비판에도
대중들 역사에 높은 관심
과거와 현대의 의미 찾게돼
우리는 왜 '팩션(faction)'에 열광하는가.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 차인배 연구교수는 8일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열린 인천시민 인문학강좌에서 "팩션의 유행은 미디어의 발달과 각종 문화산업의 활성화에 따른 결과겠지만, 무엇보다도 대중들이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차 교수는 이날 '광해, 왕이 된 남자-폭군인가 성군인가'를 주제로 강연하면서 "지금은 팩션의 전성시대며, 당분간 그 인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팩션은 역사적 사실인 팩트(fact)와 작가의 허구적 상상력인 픽션(fiction)을 조합한 신조어로 우리말로는 각색실화라고 해석할 수 있다.
팩션이 역사지식에 대한 오해와 혼란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있지만, 역사 대중화에 기여한 바도 적지 않다. 또 팩션 사극이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재평가 논쟁을 재촉발 시키기도한다.
차 교수는 역대 박스오피스 흥행순위 5위에 랭크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통해 팩션에 대한 대중의 열광의 원인을 분석했다.
그는 "역사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은 '현재의 불확실성'과 '미래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광해군일기 8년 2월28일자에 실린 '숨겨야할 일을 조보에 남기지 말라'는 글귀에서 시작한다. 여기에 "광해군 8년 역모의 소문이 흉흉하니 임금께서 은밀히 이르다.
닮은 자를 구하라. 해가 저물면 편전에 머물게할 것이다"라는 허구를 덧씌우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영화에서 광대 '하선'은 광해와 꼭닮은 외모 때문에 가짜 광해로 발탁된다.

차 교수는 "하선은 단순하다. '하나를 내어주면 하나를 얻는다'는 대신들의 복잡하고 아리송한 정치논리가 이해되지 않는다.
관객은 스스로 하선이 돼서 시대의미뿐 아니라 현대의미를 찾을 수 있다"며 "현대 정치에서 정치인들이 서로 싸우는 모습은 영화속 대신들의 그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팩션의 유행은 인문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사극을 통해 실제 역사를 찾아보게 되고 과거와 현재를 알게 된다.
영화는 '광해는 땅을 가진 이들에게만 조세를 부과하고, 제 백성을 살리려고 명과 맞선 단 하나의 조선의 왕이다'라는 글귀로 막을 내린다.
광해가 폭군인지 성군인지에 대해선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은 광해군의 또다른 면을 찾으려하지 않을까.
3번째 강좌는 22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조강석 조교수가 '영화 <시>와 일상의 윤리'라는 주제로 진행한다.
/김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