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구직활동 어려움 겪은 60대 공공근로로 청소일
개인 노후준비 힘들고 정부 생활보장도 부실 '고된 노년'
선진국과 달리 노후 연금체계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우리나라 노인들은 일을 해야만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청년백수 문제 등 심각한 실업문제로 노인들이 일할 기회를 얻기란 바늘구멍 찾기보다 힘들다. 결국 심각한 노인빈곤을 초래하고 노인 자살률을 높이는 또 다른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까지 목전에 둔 상황에서 고령자 일자리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국내외 사례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 일흔 여덟의 이모 할아버지는 지게를 지고 매일 12~15㎞를 걸어다니며 폐지를 줍는다.
하지만 이 할아버지가 손에 쥐는 돈은 일주일에 고작 4만원. 이 할아버지는 "이마저도 상자 같은 큰 폐지를 구해야 4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초노령연금 9만원과 폐지를 주워 받는 10여만원의 돈을 합쳐 한 달을 겨우 생활하는 이 할아버지는 3년 전에 폐지를 수집하다 큰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당시 0.5t트럭을 이용해 폐지를 수집하던 중 3중 추돌사고를 겪으면서 뇌를 크게 다쳐 몇 차례에 걸쳐 대수술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 할아버지가 아직 완쾌되지 않은 몸을 이끌고 8개월 전부터 다시 폐지를 줍는 이유는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할 만큼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이다.
이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사업을 하다 빚을 많이 져서 그 빚 갚느라 노후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나이가 여든 즈음 되니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폐지 줍는 일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 수원시 환경사업소에서 공공근로를 하는 박모(68) 할아버지는 철도청에서 일하다 정년퇴직했다.
퇴직 후 박 할아버지는 지인의 사업 제안에 퇴직연금을 한꺼번에 받아 투자했지만, 사업 실패로 퇴직연금만 날리게 됐다. 생활비 걱정에 일을 찾아 나섰지만, 고령의 구직자를 채용하려는 곳은 거의 없었다.
결국 일자리를 찾지 못한 박 할아버지는 지자체 공공근로를 신청, 하루에 3시간씩 환경사업소에서 청소일을 하고 있다.
박 할아버지는 "공공근로로 한 달에 40만원가량 받는데, 턱없이 부족해 다른 일자리를 찾고 싶어도 노인을 꺼려하는 데다, 경비원 같은 그나마 노인을 뽑는 직업군은 경쟁이 너무 심하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30.7%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일하기를 원하는 55세 이상 79세 이하 고령자 비율도 59.9%에 이르러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취업을 희망하는 가장 큰 이유로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라고 대답한 고령층은 54.8%로 절반을 넘었다.
당장 일을 하지 않으면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에도 버거운 상황으로 전락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일자리는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전문가들은 "개인적인 노후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연금체계가 전무하기 때문에 기본 생활조차 보장이 안 되고 있다"며 "우리나라 노인들은 생계를 위해 반드시 일해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권순정·공지영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