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 전수조사 혹은 표본조사를 거쳐 통계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통계적 오류, 즉 표본오차와 비표본오차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표본을 바르게 선정하고 현장조사에서의 비표본오차를 최소화할 때 정확한 통계로서의 순(順)기능을 발휘할 것입니다. 제가 강조해 드린 것처럼 이러한 오차는 통계 작성자가 의도하지 않았으며 가능하다면 최소화하고 싶으나 현실적인 제약조건 때문에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불가피하고 정상적인 오류라는 점을 상기해 주십시오.

그럼 통계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모습, 통계의 역(逆)기능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통계의 역기능은 크게 통계 작성자가 의도적으로 통계를 왜곡 혹은 조작하는 경우가 하나이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통계가 현실을 잘못 반영하게 되는 경우가 다른 하나가 되겠습니다. 후자의 경우 표본을 잘못 선정하거나 혹은 부정확한 조사 등에 기인하여 처음부터 통계가 잘못 작성되었을 수도 있고, 통계 자체는 잘 작성되었으나 이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범할 수도 있겠습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잘못된 통계는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기는 커녕 그 통계를 믿고 따른 이용자들을 엉뚱한 길로 이끄는 고장난 나침반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통계의 생명은 뭐니 뭐니 해도 정확하게 작성하고 올바르게 활용하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몇 가지 쉬운 예를 통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잘 작성된 통계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그릇되게 적용하여 낭패를 당한 잘 알려진 사례를 하나 들어 보지요. 우리나라 남성이면 누구나 군복무 의무를 집니다만, 저도 약 30년쯤 전에 전방부대에서 군대생활을 했지요. 필자가 소속된 군부대에서 가장 빈번하게 실시했던 훈련 중 하나가 도하(渡河)작전인 것으로 기억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최전방에 위치한 부대로서 전쟁발발을 가정한 최고의 작전이 아니었던가 합니다. 전쟁 초기의 집중된 공격에 총알받이를 피하고 작전상 1보 후퇴했다가 전열을 재정비한 다음 역공을 취해야 하니까요.

얘기가 옆으로 샛는데요, 아무튼 행군하던 어떤 군부대가 강을 만나 도하작전을 하게 되는데, 이 때 강물의 깊이를 측정한 통계수치를 기초로 지휘관이 부대 전진을 지시하였고 전원 수몰 당했다는 웃지 못할 스토리입니다. 부하가 측정한 수심은 각각 80cm, 1.2m, 2.5m로 평균값인 1.5m를 믿고 작전지시를 내렸던 것인데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이 경우에는 평균이 아닌 최대값을 대표값으로 사용하는 것이 정답이겠지요. 통계가 있으되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유명한 사례입니다.

이번엔 의도적으로 통계를 조작 혹은 왜곡하는 역기능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의도적인 통계 조작, 이 말에는 통계를 잘만 이용하면 사실을 왜곡하여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다 라는 아이러니한 사실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역시 사례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지요.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대중들의 표심을 사전에 파악하는 선거 여론조사가 요즘 일상 다반사가 되고 있지요.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때도 표본을 골고루 잘 뽑아야 전체의 참 모습이 조사결과로 나타날 것입니다. 그런데 전체의 참 값을 알고 싶은 게 아니라 통계 작성자가 원하는 값을 보고 싶다면 어떨까요? 지역, 남녀, 연령, 소득수준 등에서 특정 정당에 호의적인 집단이나 지역을 표본으로 선정하여 여론조사를 한다면 결과는 당연히 그 정당에 유리하게 나타날 것입니다. 정당의 승리에 목숨 거는 정략가라면 이렇게 자기 정당에 유리하도록 조작된 조사 결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여 부동층의 표를 끌어들이는 전략(밴드웨건 효과)을 사용하고 싶은 유혹이 생기지 않을까요?

흔히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거짓말쟁이들은 통계수치 자체를 조작하기도 하면서 어떻게 하면 통계를 이용하여 거짓말을 할까 늘 궁리하는 모양입니다. 대중들이 숫자로 표현된 통계적 증거를 맹목적으로 믿으려는 경향이 있는 한, 그리고 진실에 대한 관심 보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통계를 이용하려는 거짓말쟁이들이 있는 한, 통계의 역기능은 사라지지 않을 듯합니다. 사전에 계획적인 통계 왜곡이나 조작을 얘기 하다 보면 영국 수상을 역임했던 벤자민 디즈레일리가 처음 언급했다고 하는 말이 떠오릅니다. "세 가지 종류의 거짓말이 있는데, 그것은 거짓말(lies), 새빨간 거짓말(damned lies), 그리고 통계(statistics)이다."

통계청은 소비자물가지수라든가 고용통계와 같은 개별통계를 직접 생산하는 하나의 통계작성기관이면서, 통계에 관한 각종 기준을 정하고 통계와 관련된 분쟁을 조정하며 각종 통계의 개선과 개발을 주도하면서 국제통계사회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중앙통계기관이기도 합니다. 다음 호부터는 통계작성기관으로서의 통계청이 생산하는 대표적인 통계 이야기로 통계생각을 이어나가 볼까 합니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물가, 실업률 등 공식통계와 여러분들이 일상에서 피부로 느끼는 체감 물가나 실업률이 왜 차이가 나는지 궁금증을 다소나마 풀어 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통계청 수원사무소장 윤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