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구가 대불호텔(한국 최초의 서양식 호텔) 터 보존·활용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원형 보존' 조치가 내려진 지 2년 만이다.

구는 최근 '대불호텔 터 활용 기본계획 및 문화재 현상변경 허용기준의 합리적 조정안 수립을 위한 학술연구용역' 입찰 공고를 냈다.

용역 기간은 착수일로부터 90일이며, 대상지는 대불호텔 터 등 인천 개항장 일대 약 54만㎡다.

구는 이번 용역을 통해 인천 개항장 내 근대문화유산 현황을 파악하고 보존·활용 방안을 마련한다.

또 대불호텔 터에 대한 학술조사를 진행하고, 대불호텔 터처럼 보존 가치가 있는 건축물 등을 조사한다. 공청회나 토론회 등을 통해 각계 의견도 수렴하게 된다.

구 관계자는 "용역에서 다양한 보존·활용 방안이 제시될 것"이라며 "용역 결과가 나오면 문화재청, 인천시와 협의를 거친 뒤 보존·활용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불호텔 터 보존·활용 가치는 이미 인정받은 상태다.

문화재청 매장문화재분과위원회는 2011년 10월 대불호텔 터 원형 보존 결정을 내리면서 "유적 자체의 학술적 내용과 가치는 발굴조사를 통해 충분히 확인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역사적 콘텐츠 발굴과 활용에 대한 계획 수립과 실행이 시급하다"고 했다.

문화재청도 검토 의견에서 "인천은 새로운 문화가 유입·확산되는 매우 중요한 곳이었다"며 "대불호텔은 이런 지역적 상징으로, 하부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어 보존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당시)중구가 대불호텔 터를 '원형 보존'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이곳을 보존·활용하겠다는 중구의 의지가 매우 컸다"고 말했다.

지역 전문가들도 '대불호텔 터 영구 보존·활용'을 반기고 있다.

인천발전연구원 김용하 선임연구위원은 "대불호텔 유구(遺構·옛 건축물 흔적)를 통해 근대 건축의 흐름이나 디자인을 볼 수 있다"며 "유구를 잘 보존하면서 관광자원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인천재능대 손장원(실내건축과) 교수는 "대불호텔 터는 근대 건축사적으로 가치가 있다"며 "당시의 건축 기술과 자재 등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손 교수는 대불호텔 터 옆에 있는 '원조(목조건물) 대불호텔 터'도 함께 보존·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구 관계자는 "원조 대불호텔 터에서는 유구가 나오지 않아 소유주의 재산권 행사를 막을 수 없는 실정"이라며 "감정평가액이 시세보다 낮아 부지 소유주와의 매매 협의도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대불호텔 건물을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건물 사진과 하부 구조물이 있기 때문에 복원이 가능하다는 게 일각의 주장이다.

하지만 전문가 대부분은 설계도면이 없는 데다, 찬반 논란이 일 가능성이 커 '복원'이 아닌 '보존·활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목동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