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는 곳이나 지역 공동체 문화를 꽃 피우는 곳을 찾아
가 벽화로 삶의 모습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산하 기구인 시민문화센터의 '벽화제작
단'이 바로 그들.
 미술학원 강사에서 일반 회사원,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직업을 망라해
11명으로 구성된 벽화제작단은 요즘 부평구 산곡동 부마초등학교 방음벽에
벽화를 그리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의 익숙한 손놀림이 벽면위를 스치고 지나가면 회색빛 담벼락은 이
내 산과 들 나무가 한데 어우러져 목가적인 풍경으로 탈바꿈한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방음벽의 일부 공간은 직접 아이들이 그림을 그
릴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땀을 훔치며 그림을 그리
지만 이들에게 주어지는 대가는 아파트 주민들이 제공한 재료비가 전부다.
 이들이 처음 벽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겨울. 인천연대 회원으
로 월간지 '아름다운 청년'의 삽화를 그리는 임승관(33), 양재준(35), 최지
솔(28·여)씨 등 3명이 지역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벽화로 표현하자고 뜻을
모은 것이다.
 이들은 곧바로 실직 가정의 어린이들이 모이는 연수구 연수동과 선학동
의 어린이집을 찾아가 인근 담벼락에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 일대는
골목이 허름해 밤이면 아이들이 무서움을 타던 곳이었지만 이들의 손을 거
친 이후 골목은 로봇이 '위용'을 자랑하고 꽃이 만발한 동산으로 바뀌었다.
 이어 한겨울의 눈보라를 무릅쓰고 지난해 겨울 3일동안 동구 만석동 달동
네 공중화장실을 깨끗이 청소한 뒤 을씨년스럽던 화장실 벽면을 붓과 물감
으로 아름답게 장식했다.
 이같은 활동을 펼치다 회원이 늘어나고 후원자도 7~8명에 이르면서 올 초
엔 정식으로 '벽화 제작단'을 설립했다. 벽화 제작단 출범후 이들은 서민들
이 설립한 병원인 '평화의료생활협동조합'에 이어 이번 부마초등학교 방음
벽에 두번째 벽화를 그리고 있다.
 이제는 후원자를 위한 '무료벽화 소식지'를 제작하는 한편 '벽화 사랑'이
라는 인터넷 홈페이지도 개설키로 하는 등 활동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들은 이처럼 삭막한 콘크리트 벽을 아름답게 채색하지만 미관적 측면
의 결과물보다는 그 결과를 얻는 과정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
 벽화그리기에 참여하거나 소재를 제공한 주민이 벽면에 그림을 그려넣는
과정에서 바로 벽화의 주인이 되기를 바라는 게 이들의 작은 소망. 때문에
이들은 벽화를 그리기전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림의 소재를 찾는
데 상당시간을 할애한다.
 “길거리를 지나갈 때 '저 그림에 바로 내 이야기가 담겨있구나'하고 느
끼면서 미소를 지을 수 있다면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겠지요?”
 벽화제작단 대표 최지솔씨는 “벽화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가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