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 잡든 엉덩이 잡든 미국 사람들처럼 옆구리가 터져나가도록(split sides) 웃든 몹시 웃기는 게 최종심까지의 지루하고 답답한 재판 과정이다. 이석기 재판만 해도 '쇼처럼 즐거운 건 없다'는 장기 쇼가 될 게 뻔하다. 죄인은커녕 만면에 웃음을 띤 채 의기양양 방청석 추종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의원님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를 외쳐대는 등 재판 쇼는 막이 올랐고 그 일당들에겐 축제의 막이라도 오른 셈이다. 번문욕례(繁文縟禮)의 대표적인 케이스, 따분한 요식(要式) 행위, 지루하기 짝이 없는 통과의례가 재판 과정이다. 물론 사건 자체가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복잡 미묘하게 얽혀 죄상 척결이 까다롭고 어려운 경우야 오랜 세월의 재결(裁決) 심판 과정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죄질 죄상이 뻔한 흉악 살인범이나 조국을 폭파, 적국에 넘기려는 음모를 꾸민 내란음모죄 따위엔 참작의 여지가 없는데도 길고긴 재판과정이 필요하냐 그거다.
즉결 심판→즉시 처형 따위 북한식 재판 좀 참고하라는 게 아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동정과 연민 부스러기를 참작하려 해도 보이지 않는, 다시 말해 사법적 인정을 베풀 여지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극악 죄상의 경우 속전속결의 효율적 경제적인 재판 좀 할 수 없느냐는 거다. 이석기 재판의 20명 변호인단은 또 뭔가. 도대체 그들은 이석기를 뭐라고 변호할 것인가. justice(재판)의 우선 뜻이 '정의' '공정' '정당(正當)'인데도 '그들은 내란음모를 한 적도 없고 했다고 해도 죄가 없다'고 할 것인가. 그렇다면 그들 역시 유사한 사상의 동질 부류로 의심받기 십상이다. 만약 이석기 일당이 가벼운 처벌로 최종 판결난다면 어떨까. 북한은 최고 영웅 훈장을 주고 싶을 것이다.
더욱 해괴한 건 조국을 까부숴 없애려던 역모죄 의원님에게도, 국정감사에 나가 뒷목에 힘주고 호통 한 번 안 쳤는데도, 무 노동 무 임금인데도 그 길고 긴 재판 과정에도 어김없이 국회의원 고액 세비와 보너스까지 지급되고 온갖 특혜 또한 박탈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오랜 재판 과정으로 인한 세월 낭비, 인력 낭비, 재판 쇼 비용 낭비 등 한심한 일보다도 더욱 괴이한 건 그런 게 아닐 수 없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